추래불사추? 가을 공개채용 시즌이 돌아왔지만 취업준비생들의 느낌으로는 영 취업 시즌 같지 않다는 게 요즘 우리 사회의 분위기다. 8월 말부터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기업들의 취업설명회도 예전에 비해 뜸한 편이었다. 왜 그런 걸까?

이는 몇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경기 부진이다. 올해 들어 기업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신입사원 모집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뽑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국내 상장사들이 공개한 1, 2분기 실적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2분기 영업 실적은 역대 최악의 수준이었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결산 실적’에 따르면 금융사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 578곳의 2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7조17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4% 줄었다. 1분기 감소율 36.7%보다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두 분기 연속 이 같은 실적을 낸 것만 보아도 국내기업들의 영업 환경이 어땠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적 부진은 반도체 외에도 여러 분야에 걸쳐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영업 이익률이 전년 동기보다도 악화됐다는 점이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작년 동기보다 3.3%포인트 축소된 5.4%였다. 상수가 되다시피 한 미·중 무역전쟁의 악영향이 고스란히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향후의 실적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엔 반영되지 않은 일본의 수출 규제와 그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자료가 2일 공개됐다. 구인·구직 포털 ‘사람인’이 718개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하반기 채용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51.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채용 계획이 없거나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취업 확정 기업의 비율은 62.7%였다.

특히 채용을 선도하는 대기업의 경우 하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한 곳의 비율이 41.5%로 전체 평균보다도 낮았다. 하반기 채용을 확정한 중소기업 비율은 57.1%로 집계됐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기술(ICT)과 서비스 관련 업종의 채용계획 확정 비율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비율이 ICT 업종은 63.5%, 서비스 업종은 59.4%였다. 이에 비해 건설(40.0%)과 자동차(43.8%), 조선·중공업(44.4%), 기타 제조업(45.5%) 등은 그 비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밝힌, 신입 채용을 하지 않는 이유들을 살펴보면 경기 부진이 가장 큰 원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응답에 나타난 구체적 이유는 △경력으로만 채용(29.2%, 복수응답) △현재 인력으로 충분(26.2%) △인건비 부담(16.0%) △업황 부진(12.2%) 등이었다. 뒤의 세 가지 답변 모두는 인력을 늘리거나 충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생산활동이 활발하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가을 공개채용을 줄어들게 한 또 하나의 이유는 수시 채용의 증가다. 기업들은 상·하반기로 나누어 일시에 신입사원을 모집하던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룹별로 대거 신입사원을 채용하던 관행이 사라지면서 4, 9월이면 서곤 했던 큰 장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 이상으로 채용 시장이 축소된 느낌을 주는 측면도 있다.

이를 선도한 곳이 삼성이다. 삼성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정경유착 의혹을 털어내기 위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했다. 이로써 삼성은 2017년 봄 시즌을 끝으로 더 이상 그룹 차원의 공개채용 행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대신 계열사별로 필요한 만큼의 인원을 각자 뽑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전실이 채용을 총괄할 당시 삼성그룹은 연간 1만4000명 정도를 신규 직원으로 선발해왔다.

그룹 컨트롤타워의 해체 기조는 각 계열사가 필요할 때마다 소수의 인력을 충원하는 분위기를 자연스레 형성하기 시작했다. 신입 대신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도 보다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계열사별 채용 실시가 그룹 차원에서 인력을 뽑을 때보다 전체적인 선발 인원을 줄어들게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계열사별로 사람을 뽑다 보면 아무래도 인력 충원시 보수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올해의 경우 추석이 예년보다 빠르다는 점도 기업들의 하반기 공개채용 공고일 확정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모 기업 인사 담당자는 “보통 9월 초순에 공개채용 공고를 내왔으나 올해는 추석연휴가 9월 두 번째 주에 걸쳐 있어서 일정을 어떻게 짤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9월 초를 애타게 기다려온 취업준비생들로서는 이래저래 속태울 일어 더 많아진 셈이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