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혼란 가중시키는 깜깜이 분양가 상한제
[호루라기] 혼란 가중시키는 깜깜이 분양가 상한제
  • 박해옥 편집인
  • 승인 2019.09.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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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관리처분인가를 마친 재건축조합과 건설업체들이다. 특히 해당 재건축조합원들은 정책 당국자들의 발언에 일희일비하며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다는 하소연까지 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이주까지 마치고 멸실신고를 눈앞에 둔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장은 3일 “사업은 일단 기존 일정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개정 주택법 시행령이 발표되지 않았으니 미리부터 사업 일정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정대로 가면서도 추후 조합원 부담금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답답하고 앞일을 모르기는 자신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이 단지의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건설업체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 아파트의 경우 조합원당 부담금이 억 단위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 외엔 뚜렷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이나 건설사나 정부 결정을 지켜보는 것 외엔 달리 뾰족한 방도가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8월의 건설경기실사지수(CBSI)가 65.9로 6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한 달 전만 해도 76.9를 기록했었다. C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아래를 나타내면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업체가 상대적으로 많음을 의미한다.

연구원은 이처럼 지수가 급락한 원인 중 하나로 분양가 상한제를 지목했다. 하한기라는 계절적 특성도 지수 하락을 이끈 원인으로 분석됐다.

재건축조합과 시행사가 겪는 혼란은 정부의 정책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길게 이어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해놓은 뒤 적용 시점을 언제로 할지를 두고 정부가 오락가락 또는 엇박자 행보를 보이는 것이 근본 이유다.

혼란스러운 분위기는 지난 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방송 출연 발언으로 인해 한층 심화됐다. 홍 부총리는 이날 KBS1-TV의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분양가 상한제는 10월 초 바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여건이나 부동산 시장 동향 등을 보아가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시행 대상과 시점 등을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전과 같은 기조를 유지하면서 당연하고도 원론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해 당사자들로서는 그 의미를 달리 해석할 수 있다. 시행령 개정이 됐다고 해서 당장 서둘러 적용하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로 읽힐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실제로 홍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곧바로 ‘부처 간 엇박자’ 논란이 일었다. 홍 부총리는 시행령 개정안이 각의에서 의결되기 전에도 국토교통부의 업무 추진에 제동을 거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었다.

홍 부총리가 부동산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을 총괄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발언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즉, 국토부의 일방 주행을 홍 부총리가 적절한 선에서 저지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동시에 정통 경제 관료로서 시장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데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물론 여당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시행령은 각의를 통과했고, 곧바로 시장에 일정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 메시지에 대한 반응이 신축아파트 가격 상승과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하락이었다. 그 배경엔 재건축 사업이 더뎌지면서 신축 아파트 품귀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깔려 있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 문제와 관련, “시행령 시행 시기를 정하는 것은 결국 집값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다.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했던 이야기와 별반 달라진 게 아니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안 확정 이후 우려의 목소리가 일자 시행 대상과 시점은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주택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가 판단해 결정할 것이란 취지의 설명을 한 바 있다. 주정심은 국토부 장관 주재 하에 기재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차관들과 관련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그리고 민간 전문가 등 25명이 참석해 주택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다.

이상의 과정을 보면 정부가 정책의 모호성을 통해 부동산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제어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하지만 그런 행보는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며 그러지 않아도 부진에 빠진 건설 경기를 한층 악화시킬 수 있다. 어느 영역이든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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