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African Swine Fever)이 발생해 방역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질병 발생 사실을 확인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국민방역수칙’ 등을 알리기 위한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

ASF가 발생한 곳은 경기도 파주시의 양돈농가다. 17일 농식품부는 해당 농가에서 지난 16일 폐사한 돼지에 대해 역학검사를 실시한 결과 ASF 양성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이 농가의 농장주는 지난 15일 저녁 돼지 5마리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당국에 신고했다. 죽은 돼지들은 모두 고열 증상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한 경기도 파주의 양돈농가 인근에 접근을 막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한 경기도 파주의 양돈농가 인근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농식품부에 따르면 ASF는 흔히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며 발병한 돼지는 고열 증상을 보이다 대부분 죽게 된다. 폐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도 치료제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이 질병은 잠복기 등을 고려했을 때 발병 후 일주일 정도가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잠복기는 1~2주 정도로 알려져 있다. 감염은 돼지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음식을 먹거나 발병국을 다녀온 농장주 등과 접촉함으로써 이뤄진다. 야생 멧돼지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도 있다. 직접적인 매개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의 각종 분비물이다. 침이나 눈물, 분뇨 등이 모두 포함된다.

현재 ASF는 유럽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를 비롯해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몰도바, 세르비아, 슬로바키아가 이 질환과 씨름하고 있다. 아시아권 발병국가엔 중국과 홍콩, 라오스,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북한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의 경우 발생지역이 북한과 가까운 파주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을 안고 있다. 구체적 매개체는 야생 멧돼지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서는 지난 5월 말 ASF가 처음 발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다 최근 태풍 링링이 황해도를 통해 상륙한 뒤 많은 비를 뿌리는 바람에 야생 멧돼지들이 산에서 떠내려오면서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 있다.

불행중 다행인 점은 이 질환이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 질병이라는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농식품부는 17일 ASF가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으며, 감염된 돼지고기가 시중에 유통되는 일도 없으므로 국산 돼지고기를 이전처럼 소비해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파력이 강한 만큼 방역에 협조해줄 것을 동시에 당부했다. 이날 농식품부는 ‘국민 방역수칙’을 통해 △중국, 베트남 등 질병 발생국에서 입국할 때 돼지고기나 돼지고기 가공품을 들여오지 말 것 △발병국 여행시 축산농가 등 방문을 자제할 것 △국내 거주 외국인의 재입국시 돼지고기 및 가공식품 반입을 삼갈 것 △야외 활동시 먹다 남은 돼지고기를 버리거나 야생동물에게 주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농식품부는 발병 농가의 돼지들을 모두 살처분하고 발생지에 대해 소독을 실시하는 한편 전국을 대상으로 이틀에 걸쳐 가축 이동 중지명령을 발동했다. 동시에 발병 농가 돼지들에게 먹이던 음식물을 모두 폐기하고 전국의 양돈 농가 6300가구에 대해 고강도 예찰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발병 농가의 농장주와 가축, 차량 등의 외부로의 이동도 즉각 금지됐다. ASF에 대한 위기 경보 단계는 이날부터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정부는 ASF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감염 경로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아직 ASF 발병 경로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17일 아침부터 역학조사반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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