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차 시장에 곧 새로운 바람이 불어닥친다. 임대차 시장에 큰 변화와 파장을 몰고올 새로운 제도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것이 전월세 신고제와 전월세 상한제다. 신고제는 실거래가를 포함한 임대차 거래 내역을 관청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이고, 상한제는 계약 갱신 때 집주인이 일정 범위 이하에서만 보증금을 올려받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이중 보다 파급력이 큰 것으로 전월세 신고제를 꼽는다. 이는 사실상 ‘전월세 실명제’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2006년 처음 도입된 주택 매매 실거래가 신고제 못지않은 파급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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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전월세 신고제를 실시하려는 일차적 목적은 임차인 보호다. 현재 임차인들 중엔 확정일자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주민센터에 거래 내역을 신고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설령 의지가 있어도 집주인이 만류하는 바람에 신고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집주인들이 확정일자 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대개 과세근거가 드러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럴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을 안전하게 회수하지 못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임차인은 거래 내역 신고만으로 그 같은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정부·여당은 제도 도입 후 전월세 실거래 명세를 신고하면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것으로 의제처리(동일한 것으로 간주해 처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입자, 즉 임차인이 확정일자 신고를 기피하는 일도 있다. 부모 등으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증여받은 뒤 그 돈으로 전월세 계약을 할 경우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래 내역이 드러나면 증여세 과세를 기피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증여세 기피 목적 외에 단지 자금의 출처가 드러나는 것을 꺼려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월세 신고제 도입은 임차인 보호 외에 과세 투명성 확보라는 목적도 포함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그 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다주택자의 임대소득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친 사람이 아니고서는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임대소득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전월세 신고제는 사실상의 전월세 실명제인 까닭에 제도가 도입되면 이들의 임대소득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다. 여기에 정부·여당의 또 다른 노림수가 하나 더 숨어 있다. 다주택 수요에 대한 억제가 그것이다. 세원이 훤히 노출되면 임대수익을 노리고 집을 여러 채 사려는 움직임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정식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다주택자는 전월세 계약이 갱신되면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뒤 3개월 안에 바뀐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반면 등록하지 않은 다주택자는 여러 채의 집을 임대했어도 그 같은 의무를 지지 않는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전월세 상한제 역시 주택 임대차 시장에 태풍이 되어 불어닥칠 가능성이 크다. 이 제도는 현재 정부·여당이 활발히 논의중인 주택 임대차 계약갱신 청구권과 연계돼 있다. 계약갱신 청구권이 제도화되면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는 제도라는 점에서 그렇다.

계약갱신 청구권이란 2년 임기의 주택 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 임차인이 계약 연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지칭한다. 현재 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법무 개혁의 일환으로 당정협의를 통해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준비중인 제도에 따르면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집주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년 연장계약을 수용해야 한다.

문제는 전세 등의 보증금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라 할 수 있다. 집주인이 계약 갱신을 수용하되 보증금을 마냥 올려받도록 허용한다면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게 된다. 이 점이 계약갱신 청구권이 전월세 상한제와 맞물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남은 과제는 인상률 상한선의 수준이다.

위의 두 제도가 반드시 긍정적 요소만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여당이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

예상되는 부작용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신고제에 대해서는 당장 은퇴 후 노후 생활을 하고 있는 집주인들의 반발이 일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현 정부 들어 주택 보유세가 크게 인상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로서는 단기간에 급증한 세금 부담으로 은퇴 후 설계에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다가구 주택을 지어 임대로 노후 생활비를 충당해온 이들이 받을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고제가 도입되면 집주인들이 늘어날 세금 부담을 미리 감안해 임대료를 크게 올릴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월세 상한제가 몰고올 부작용도 몇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은 앞서 도입될 계약갱신 청구권이 주택 임대물량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임대료가 한꺼번에 대폭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제도의 점진적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신고제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의 주택에 한해 먼저 시범적으로 도입해보고 시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한 뒤 제도를 보완해가며 확대적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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