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8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인하했다. 인하폭은 0.25%포인트였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1.75~2.00%로 재조정됐다.
여기까지는 시장이 예상했던 대로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미국 금리 흐름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은 ‘오리무중’이라는데 모아지고 있다. 심지어 이번처럼 연준이 향후 금리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 적은 거의 없었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연준의 애매모호한 입장 표명과 관련이 있다. 우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들이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파월 의장은 “오늘 결정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다는 것 한가지”라고 강조했다. 향후 금리정책에 대한 추론을 자제시키려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될 만했다.
그는 또 “향후 금리 방향을 고려할 때 경기 전망을 위한 정보의 함의에 대해 계속 관찰하고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풀이하자면 경제지표들이 주는 메시지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당분간은 금리의 추가 인하가 불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하려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력하고 경제활동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그에 해당한다. 어디서도 향후 금리정책 흐름에 대한 신호는 읽을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서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섣부른 기대를 제어하려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듣기에 따라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말이었다. 그 말은 이날의 금리 인하 조치가 ‘보험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혹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이 정도의 조치를 취해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FOMC 회의를 앞두고 거듭 연준의 금리인하를 촉구했다. 최근 들어서는 제로금리나 그 이하 수준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럽이나 일본 등 경쟁국들의 수준에 맞추라는 요구였던 셈이다.
그러나 연준이 이번에도 지난 7월에 이어 ‘베이비 스텝’을 반복하자 답답하다는 듯 파월 의장을 향해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파월과 연준은 또 실패했다”며 “배짱도, 감각도, 비전도 없다. 끔찍한 소통자다”라고 주장했다.
연준의 향후 금리 흐름을 예측불가로 만든 것은 파월 의장의 발언 말고 또 있었다. 이날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 내용이 그것이었다. 공개된 점도표는 올해는 물론 내년의 금리 흐름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점도표란 금리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연준 위원들이 각자 전망하는 미래의 금리수준을 그래프에 점을 찍어 표시해놓은 것을 말한다. 일종의 점 그래프라 할 수 있다. 이를 보면 미래의 특정 시점에 연준 위원들이 생각하는 기준금리 수준이 얼마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물론 점도표는 위원들이 현재 시점에서 내놓은 전망치에 불과한 만큼 실제 나타날 결과와 반드시 일치할 수는 없다.
어쨌든 이날 공개된 점도표상의 전망치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제각각이었다. 올해 금리 전망과 관련해서는 총 17명 가운데 5명이 현 수준 유지를, 5명은 한차례 인상을 7명은 한차례 인하를 각각 전망했다. 내년 금리에 대한 전망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2명은 동결을, 8명은 한차례 인하를 점쳤다. 반면 6명은 한차례 인상을, 1명은 두 차례 인상을 전망했다.
이번 회의 석상에서도 위원들의 목소리는 제각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권을 가진 10명의 위원 중 7명이 0.25% 인하에 찬성한 반면, 나머지 3명은 반대 뜻을 밝혔다. 파월 의장이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열린 FOMC 회의에서 만장일치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두 번에 불과했었다.
그렇다면 연준의 이번 결정은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일단 한국은행으로서는 통화정책 운용의 폭이 보다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1.5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와 미국의 금리역전 폭이 최대 0.50%포인트로 좁혀졌다는 점이 그 첫 번째 근거다. 적어도 이날의 금리 인하 결정만 놓고 보면 그렇다.
다만 연준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은 점은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한 차례 호흡을 고른 한은이 다음 달 회의에선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은 이주열 총재의 반응은 이 같은 전망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마주 선 이 총재는 미 연준의 결정이 시장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연준의 결정은 다른 나라 입장에서 보면 부담을 더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추가 인하의 여지를 닫아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함께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