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우리 생각엔…] 법무부가 부동산정책 주무 당국?
[Editorial-우리 생각엔…] 법무부가 부동산정책 주무 당국?
  • 박해옥
  • 승인 2019.09.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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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부동산 정책의 손질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그러자 언제부터 법무부가 부동산 정책 주무 부처가 됐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궁금증 반, 비아냥 반이다.

이는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가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주택 임대차계약 갱신 청구권 제도 도입을 논의한 것이 알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자리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정이 이날 협의한 임대차계약 갱신 청구권은 임차인이 계약 종료 후 한 차례 더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2년 전세계약을 마친 뒤 임차인이 2년 더 계약할 것을 원하면 집주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추후 논의에 따라 단위 계약기간이 3년이 될 수도 있다. 만약 3년으로 결정되면 임차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최대 6년간 임차한 부동산에 대한 점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 제도가 뜬금없이 불거져 나온 것은 아니다. 그 같은 취지를 담은 법률(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몇 개가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다. 다만 제도가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가 크고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과 함께 여·야 간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것뿐이다.

이 제도는 특히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인의 사유재산이면서 기본권인 주거권과 직결된 주택의 소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집 주인이 필요할 때 자신의 집에 들어가 살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한 채 한동안 남의 집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을 상정해볼 수 있다.

이 제도는 필시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집주인이 재계약을 받아들이는 대신 큰 폭의 보증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보증금 인상률을 일정 수준으로 묶어두는 제도가 곧 전월세 상한제다.

임대차계약 갱신 청구권 제도는 이처럼 대강만 훑어보아도 그 파급 효과가 엄청나게 크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제도 도입을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전문가적 식견을 지녔을 리 없는 법무부가 여당과 이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끈다니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법률 개정 작업이므로 법무부가 여당과 주도적으로 논의를 했다고 할 지 모르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모든 경제정책은 물론 사회·과학·문화 분야의 제도 개선도 법률 개정과 맞물려 있다면 모두 법무부가 주도해야 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백번 양보해 그 같은 논리를 수용한다 하더라도 검찰 개혁 문제 등이 아닌 한 법무부가 전면에 나설 이유는 없다. 오히려 행정 각부의 법률안 제·개정 작업을 총괄하는 법제처가 나서는 게 보다 합목적적이고 상식적이라 할 수 있다. 법무부는 법제처와 달리 법무 행정을 총괄하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행형과 교도 및 갱생 지원, 소년 보호, 인권 신장 및 옹호, 귀화, 법조인 양성 제도 입안 등등이 법무행정의 범위에 포함된다.

이치가 이러니 법무부가 부동산정책을 주도하는 모양새는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를 모를 리 없는 법무부와 여당이 국토부마저 제쳐두고 이 문제를 논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3자 입장에서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이유는 소정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 임대차계약 갱신 청구권제는 포퓰리즘 성격이 깃든 제도라 할 수 있다. 사유재산 침해 등 위헌 논란 이전에 집을 갖지 못한 다수가 지지하기 쉬운 성격의 제도라는 점에서 그렇다.

지금 상황은 그 같은 제도 도입의 주역을 조국 법무부 장관이 맡은 형국이다. 그러니 ‘조국 띄우기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게 되는 것이다. 이 역시 오비이락이라면 오히려 다행이겠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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