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뷰] 돼지열병 초동대처에 사활 걸어야
[나이스뷰] 돼지열병 초동대처에 사활 걸어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9.24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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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남쪽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파주에서 처음 발생한 ASF가 마침내 한강 이남인 김포에서도 확진된 것이다. 24일 현재 국내 발생 지역은 네 곳으로 늘었다. 시간대별로는 파주→연천→김포→파주 순으로 질환이 확인됐다. 이 중 파주와 연천은 북한과의 접경에서 가까운 곳이지만 김포는 고양에 인접한 지역으로서 한강 이남에 자리하고 있다.

이로써 ASF가 국내에서 처음 발병한 지 일주일 만에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당국은 파주 돼지농가에서 처음 확진 판정이 나온 뒤 향후 일주일이 고비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 같은 판단이 합리적인 것이었다면 고비를 잘 넘기지 못한 채 질병 확산이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현재로서는 질병이 역학관계에 의해 차례로 전파됐는지, 아니면 독립적 원인에 의해 제각각 발생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발병 농가 중 일부는 역학적으로 연계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네 번째 발병 장소인 파주시 적성면 자장리 돼지농가와 1차 발병 농가가 그들이다. 두 농가 사이에는 차량 왕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4차 발병 농가가 인근의 연천 농가와도 특별한 역학관계를 지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농가는 연천 농가와 불과 6.9㎞ 거리를 두고 있다. 1차 발병 농가는 같은 행정구역 안에 있지만 실거리로는 오히려 연천 농가보다 멀리 떨어져 있다.

4차 발병 농가는 멧돼지 접근을 막을 용도의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고, 잔반이 아닌 돼지 사료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ASF 발병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도 고용하지 않고 있었다.

당국은 이 농가에서 지난 23일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직후부터 초동방역팀을 투입해 소독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와 함께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통제하고 반경 3㎞ 이내에서 사육되던 돼지들을 살처분했다. 경기와 인천 외에 강원 지역을 대상으로 돼지 일시이동중지 명령도 내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또 파주시, 연천군, 김포시, 포천시, 동두천시, 철원군 등 6개 시·군을 ASF 중점관리지역으로 설정하고 면밀한 예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예찰활동 강화에도 불구하고 ASF 감염 농가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ASF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짧게는 4일이지만 길게는 19일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파주·연천·김포 등이 이른 시일 안에 잠복기를 끝내고 바이러스가 활성화된 케이스라면 아직 잠복기에 있는 바이러스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유럽 일부 지역 등에서는 ASF가 처음 발병한 이후 풍토병으로 고착화된 예도 적지 않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이 질병을 뿌리뽑는데 30년이 걸렸고 이탈리아 사르디아섬에서는 1978년 발병 이후 지금까지도 근절되지 않은 채 풍토병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이는 ASF에 대한 초동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100% 가까운 치사율을 보이는 ASF는 멧돼지나 사육돼지의 분비물을 통해 주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발병 농가와 외부 세계가 역학적으로 연관성을 지니지 않도록 처음부터 철저히 차단방역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질병이 ASF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돼지 외의 매개물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확인된 매개물은 물렁진드기다. 바이러스를 지닌 이 진드기가 돼지를 물면서 병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추정이지만 모기 같은 흡혈곤충이 ASF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는 ASF 방역이 얼마나 치밀하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방역과 함께 백신 개발 노력도 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ASF는 지금까지 백신도 치료제도 개발돼 있지 않다. 당장 전파를 막기 위한 백신 개발이 시급하지만 ASF 바이러스의 특성상 아직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ASF 바이러스가 비교적 많은 150개 정도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데다, 그 유형도 23개나 된다는 점이 백신 개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ASF 발병국인 중국은 백신 연구에 몰두한 결과 생물안전 평가를 목전에 두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상용화 단계에 이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우리나라도 발병국인 베트남에서 백신 개발을 위한 사전연구를 곧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실험 및 유전자 발현 양상 조사 등 사전연구에만 2년여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백신의 상용화는 당장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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