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이 지금 우리 경제가 속해 있는 순환기의 정점이었음을 얼마 전 정부가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이는 우리 경제가 2017년 9월 이후 저점을 향해 하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새로운 저점이 언제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저점에 다다르지 못했다면 우리는 지금도 하강 국면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정점과 저점 등 경기 전환점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는 여러 가지 경제지표들이 활용된다. 제시된 지표들에 대한 해석도 여러 전문가들을 통해 다각도로 이뤄진다. 이때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는 것이 경기지표다. 그 중에서도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가 중요한 판단 자료로 작용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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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표들은 경기 흐름의 상·하 방향을 예고하기도 하지만 정점이나 저점 등 경기 전환점을 설정하는데 있어서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우리 정부가 지난 20일 현 순환기의 정점을 공식화하게 된 것도 그에 앞선 수개월 동안 두 개의 경기지표가 동반하락한 데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대개 선행지수 및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반년 이상 동반하락을 지속하면 통계 당국은 현재 진행중인 경기 사이클의 정점이 어디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한다.

이상의 기술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지표는 경제지표와는 구분되는 용어다. 경제지표가 경제와 관련된 제반 지표를 의미하는 것과 달리 경기지표는 경제의 확장 또는 수축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 지표라는 제한적 의미로 쓰인다.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경기지표 중 대표적인 것이 앞서 언급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6개월 뒤의 경기 상황을 예측하게 해주는 지표이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금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두 지표 모두 100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기준점을 웃돌면 경기가 추세 이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그 아래를 맴돌면 추세 이하로 수축되고 있음을 상정하는 게 경제학에서의 상식이다.

우리의 선행지수 및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3월까지 10개월째 동반하락하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리 경제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음을 보여준 자료들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두 지표는 이후 번갈아가며 잠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6월엔 다시 동반 하락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구체적으로 기술하자면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월 상승 이후 6~7월 하락하더니 8월 들어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당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한 98.3을 기록했다. 반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오른 99.5를 기록하며 기준선에 한발 더 다가섰다.

특히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다시 4개월 연속 하락한 점이 눈에 띈다. 지표의 수준 자체도 우려를 살 만했다. 98.3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우리 경제가 곤경에 처해 있던 2009년 3월의 97.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의 김보경 산업동향과장은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아지려면 수출이 늘고 대외여건이 개선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아직은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의 통계청 자료는 8월중 생산과 소비·투자 등 3대 경제지표가 일제히 상승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 3대 지표의 동반 상승 재연은 5개월만의 일이다. 이중 소비 증가는 이른 추석 연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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