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신청 접수가 지난달 29일로 마무리됐다. 이제부터는 자격 요건을 갖춘 이들에 대해 순차적인 대환 절차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확인되면 그 자격은 차례로 다음 대기자들에게 넘어간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이 끝나는 올해 12월 말이 돼야 대상자 명단이 확정될 수 있다.

안심전환대출 수혜 대상으로 선정된 사람은 기존의 변동 또는 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1%대의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바꿀 수 있다. 정부 예산으로 서민들에게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프로그램이 기획된 만큼 선정된 이들은 현금 지원에 준하는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수혜자들에게 돌아갈 평균 이익은 연간 50만~1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당국이 소요할 돈만 20조원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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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수준은 아니지만 반찬값까지 아껴야 하는 서민 수혜자들에게는 단비 같은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표면상 이 제도는 선한 의도에서 시작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내재된 문제점과 부작용도 적지 않다. 그로 인해 이 제도를 굳이 시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진작부터 제기돼왔다. 논란과 비판은 이전 정권 시절인 2015년에 비슷한 프로그램이 시행됐을 때도 제기된 바 있다. 심지어 청산해야 할 ‘적폐’란 혹평을 듣기도 했다.

기본적으로는 제도 시행의 특별한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특정한 이들, 즉, 무주택자가 아니라 집을 지니고 있는 사람만이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첫째 이유다. 이는 정부가 무주택 서민들에게 대출을 끼고 집을 사라는 그릇된 메시지를 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조건 중 하나인 ‘부부합산 연소득 8500만원 이하’(2자녀 이상 가구는 부부합산 1억원 이하)가 과연 정부가 현금성 지원을 해야 할 정도로 고단한 삶의 기준선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이상을 뭉뚱그리면 이 프로그램은 포퓰리즘의 발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진다. 이런데 쓸 돈이 있으면 퍼주기란 비판을 들을망정 저소득 서민을 위한 복지를 더 늘리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전 정권에서 한 일이니 우리도 한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면 ‘적폐 청산’은 아예 입에 올리질 말아야 한다.

프로그램 시행 방법이 너무 서툴렀다는 점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당초 신청 대상을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대출’로 정한 것이 특히 그랬다. 이로 인해 서울 및 수도권에서 중위 가격 이상의 주택을 가진 이들도 다수 신청 대열에 합류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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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청 접수 마감이 이뤄진 뒤 나온 정부의 예측 커트라인은 주택가격 2억1000만원선(시가)이었다. 대환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격 미비자와 중도 포기자가 나올 것을 감안하더라도 2억원대 후반의 주택을 지닌 사람까지만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청자가 넘치다 보니 주택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20조원 한도 내에서 혜택을 주기로 한데 따른 결과다.

이로써 많은 이들이 되지도 않을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가며 신청을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정부가 수요예측을 잘못한 결과라고 둘러대고 넘어가기엔 소동이 너무 요란했다. 얼추 잡아도 30만~40만명 정도의 신청자들이 김칫국물부터 마시며 희망고문을 받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을 떠나 한때 정부의 권유대로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했던 이들이 제외된 점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의 권유에 따랐다가 낭패를 보거나, 순간의 선택에 따라 행운이 좌우된다면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복걸복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선의의 경쟁이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추가 지원 여부를 단언하지 않겠다”며 여운을 남겨두었다.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없다고 하면서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역시 행여나 하는 기대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러운 태도라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안심전환대출은 저소득 서민 지원과는 거리가 먼데다 모럴 해저드를 초래할 위험성이 큰 포퓰리즘적 프로그램이다. 땀흘려 일하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으며, 내가 진 빚은 온전히 내 손으로 갚는다는 기본적 원리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절대 권장해선 안 될 제도다. 하물며 정부가 앞장서서 이를 권장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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