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첫날부터 연 이틀 미국 증시가 휘청이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1~2일 연속 1%대 하락한 것이다. 특히 시장 흐름을 가장 잘 대변한다는 스탠더드&푸어스 지수가 연이틀 1%대 하락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었다.

이는 전세계에 번져 있는 경기침체 우려가 미국 경제로까지 번진 결과였다. 미국 경제의 부진에 대한 우려가 막연히 생긴 것은 아니다. 그 기저엔 경기 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라는 것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지수의 부진이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공포, 즉 ‘R의 공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 = AFP/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 = AFP/연합뉴스]

PMI는 우리나라에서 쓰이지 않는 용어라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미국 등 다수의 국가들에선 자주 인용되는 지표다. 우리의 경우 비슷한 개념의 지표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라는 것을 사용하고 있다.

PMI는 기업의 구매담당 임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산출하는 경기지표의 하나다. 설문 내용은 제품 생산을 위해 필요한 원부자재 신규주문 및 재고 현황, 생산, 고용 등이다. 이를 지수화한 것이 PMI 지수다. 이 지수의 기준치는 50이다. 그 이상이면 기업의 생산 활동이 전달보다 더 활발해지고 있음을, 5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수치가 40대 초반 수준까지 떨어지면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게 보통이다.

미국에서 이 지수를 관리하는 곳은 공급관리협회(ISM)다. 최근 ISM은 올해 9월의 제조업 PMI와 서비스업 PMI를 연이어 발표했다. 이중에서도 지난 1일 먼저 발표된 제조업 PMI는 뉴욕증시를 연이틀 뒤흔드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틀 후 발표된 서비스업 PMI도 신통치 않은 것으로 밝혀지자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확산되기 시작했다.

ISM이 발표한 9월 제조업 PMI는 지난 달의 49.1보다도 낮은 47.8이었다. 제조업 경기 수축이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는 제조업 경기가 두 달 연속 수축 국면에 들어가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틀 뒤 발표된 서비스업 PMI 또한 만족스럽지 못했다. 9월 서비스업 PMI는 8월 56.4보다 크게 낮아진 52.6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 경제전문 월스트리트저널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제시한 예측치(55.3)보다도 낮은 것이었다.

이상 두 개의 PMI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은 향후 미국의 고용 사정과 소비가 악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고용 악화를 암시하는 지표도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한주 전보다 4000건 많은 21만9000건에 달했다. 이 수치는 3주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이 수치의 증가는 고용 사정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달 말(29~30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FOMC)에서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앞선 통화정책회의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정책 방향에 대한 분명한 신호를 보내지 않은 채 상황에 따라 대처할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데는 미·중 갈등 같은 국제적 요인 외에 미국내 정치적 변수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야당인 민주당의 탄핵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 변수다.

민주당 대선 후보군의 한명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동맥경화를 이유로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한 것도 시장의 불안을 키운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바람에 당내 경쟁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반사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워런 의원은 ‘반(反) 월스트리트’ 인사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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