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음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이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10월호’의 핵심 내용이다. KDI 보고서의 요지는 ‘소비가 확대됐으나 수출이 위축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부 내용으로는 수출 및 투자 감소 기류 속에서 광공업과 건설업 중심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포함돼 있었다. KDI는 또 제조업 재고율과 함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큰 폭의 변화 없이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들어 경기 부진이 더 이상 심화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 분석이 맞다면 우리 경제가 현재 저점을 지나고 있을지 모른다는 주장에 한층 힘이 실릴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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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8월 소비와 전(全)산업생산의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집계 결과 8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4.1% 늘었고, 전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0.2%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8월 소비 증가는 이른 추석으로 인한 명절 관련 소비가 이때부터 늘어난 데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같은 달 전산업생산은 1년 전 당시보다 고작 0.2% 늘어났다. 그나마 광공업생산은 2.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자부품과 자동차 생산의 감소가 광공업생산 저하의 주된 원인이었다. 전산업생산을 소폭이나마 끌어올린 것은 서비스업 생산이었다. 도소매업과 예술 및 스포츠·여가 산업 등에서의 생산이 도합 2.4% 늘어난 것이었다.

전산업생산은 월별 생산활동 동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로서 말 그대로 모든 산업 분야를 아우른다. 이를 종합해 단일지수로 만든 것이 전산업생산지수다. 여기엔 광공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공공행정 등이 모두 포함된다.

KDI의 이번 보고서는 전산업생산 중 특히 광공업과 건설업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함께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보고서 내용 중 특히 눈여겨볼 점은 ‘경기 부진의 지속’이다 KDI가 매달 발간하는 보고서를 통해 경기 부진을 언급하기는 올해 들어서만 일곱 번째다. 그것도 7개월 연속이었다.

다달이 발표되는 개별 보고서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고서들을 통해 확인되는 우리 경제의 흐름이다. 그간 KDI는 조심스러운 가운데서도 우리 경제의 활력이 약해져 있음을 거듭 경고해왔다.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경기 둔화’를 거론했고, 이후부터 이달까지는 7개월 연속 ‘경기 부진’이란 판단을 제시해왔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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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KDI의 이 같은 분석은 뒤늦은 감이 있다. 우리 경제가 이미 2017년 9월에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진입했음이 최근 정부에 의해 공식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보면 그간 KDI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행보를 취함으로써 결국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경제 분석과 관련한 KDI의 조심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책 연구기관인 만큼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기대심리까지 보고서에 담으려는 의도를 마냥 탓할 수만은 없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정확하고 냉정한 분석 결과를 제시할 책무를 안고 있는 곳이 KDI다.

정부 또한 열린 자세로 KDI의 분석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KDI의 보고서에 담긴 비판적 내용은 더욱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조직 성격상 아무래도 민간 경제연구소나 투자은행(IB)들보다 보수적 입장에서 우리 경제를 분석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그간 발표된 KDI의 월간동향 보고서들은 경제 회생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수단엔 경제정책에 대한 재점검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정책 내용 중 다수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부분만 바로잡아도 우리 경제는 대외 악재를 극복해나갈 체력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다. 정부, 특히 청와대의 귀가 하루 속히 열리기를 기대한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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