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최대 관심사였던 워싱턴 미·중 무역협상은 ‘낫 배드’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요약하자면 핵심 현안에 대한 해결은 뒤로 미뤄둔 채 발등의 불부터 끄기로 양측이 의견을 모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으로서는 최악을 면했다는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허풍은 여전했다.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는 게 그의 촌평이었다. 3~5주 뒤엔 합의문 작성이 가능할 것이란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는 역설적으로 이번 협상에서 합의문조차 작성하지 못했음을 반증했다. 시간을 끌수록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중국 측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협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15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미국의 5%포인트 추가 관세 부과라는 발등의 불을 껐다는 것이 이번 협상의 중요하고도 가시적인 성과였다. 미국은 2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매겨오던 관세를 15일부터 30%로 올리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이를 보류키로 했다. 현행 관세율은 25%다.

그 대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400억~500억 달러어치를 사들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진작부터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수입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간 시간을 끌며 이행을 미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표밭인 미국 중서부 팜벨트(농업지대) 지역의 표심을 공략할 목적으로 중국에 대해 농산물 수입을 압박해왔다.

이번 협상에서는 위안화 환율 문제에서도 어느 정도 진척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1단계 합의’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은 듯 여겨진다. 주요 현안들은 추후 협상을 통해 처리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는 뜻이다. 주된 현안인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 중국 진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문제 등이 그 대상이다.

결국 양측은 이번 협상을 통해 또 한 차례 휴전에 합의하면서 일단 극단적 충돌을 피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로써 시장은 당분간이나마 미·중의 전면 충돌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거둘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대외 요인 중 오는 17, 18일(이상 현지시간) 연이어 발표될 미국의 9월 산업생산과 9월 경기선행지수도 관심을 가질 만한 대상이다.

우리 증시가 눈길을 두고 있는 주요 국내 이슈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다.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1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은 아닐 수 있다”라고 전망하는 이들 다수도 다음 달까지는 기준금리가 한차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화정책을 다룰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는 다음달 29일 열린다.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는 이주열 한은 총재로부터 근래 들어 심심찮게 나왔다. 저물가와 장기간의 수출 부진도 금리 인하 명분을 자극하는 요인들이다. 다만 돈을 풀어도 돌지 않는 현재의 상황 탓에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이는 금리 인하가 통화정책의 여력만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와 맞닿아 있다. 금리를 내리면 갈 곳 없이 많아진 돈이 결국 부동산으로 몰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환경을 감안할 때 한은이 이번에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다수를 차지한다.

같은 날 통계청이 내놓을 ‘9월 고용동향’도 증시의 관심사 중 하나다. 하지만 그간의 추이를 살펴보건대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정도의 긍정적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줄곧 고용의 질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저효과로 인해 취업자 증가폭 자체는 비교적 큰 것으로 집계될 가능성이 있다. 비교 시점인 지난해 9월의 취업자 증가폭이 4만5000명에 그쳤다는 게 그 이유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보고서에 나타난 이번 주 코스피의 예상 등락 범위는 NH투자증권 2000∼2060, 하나금융투자 2000∼2050, 케이프투자증권 2030∼208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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