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16일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럴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반대 의견을 내는 이들조차 이번을 건너뛰면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선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한은이 적어도 다음 달까지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은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논할 금통위 회의를 두 차례 더 열게 된다. 오는 16일 회의에 이은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는 다음달 29일 열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연내 금리인하가 확실시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내년 상반기의 금리 변화에 더 쏠리는 듯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한은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내릴 지가 더욱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한은이 올해에 이어 내년 상반기 중 또 한 번 금리를 인하한다면 우리의 기준금리는 1.00% 수준으로 내려간다.

당장의 관심사는 1차 금리 인하 여부다. 오는 16일 금통위 회의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한껏 차올라 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3년물 국고채 금리 변화다. 지난주 1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적용된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연 1.28%였다. 현행 기준금리보다 크게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채권 시장에서 지표 금리로 통한다. 이 금리는 근래 들어 기준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었다. 그런데 이 같은 3년물 국고채 금리가 1.28%를 기록했다는 것은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1.25%로 인하될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뒷받침하는 정황은 여럿이다. 우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서는 “경기회복 지원에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춘다는 신호를 금융시장에 보낸 상황”이라는 말까지 했다. 이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금리 인하 신호라 평가할 수 있다. 이것저것 살피는 게 많아 늘 조심스럽던 그의 어투를 되돌아봐도 이보다 더한 금리 인하 신호는 없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듯하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및 전망은 시장 상황과 맞물려 있다.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교역 환경이 나빠졌고, 국내에선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적극적 통화정책과 함께 양적완화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유동성부터 늘려 물가 인상을 자극하고 경기침체를 타개해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한은 금통위 내부 분위기도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 보인다. 최근 공개된 지난번(8월) 금통위 회의록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선 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지긴 했지만 두 명의 위원이 0.25%포인트 인하 의견을 냈다.

금리 동결에 찬성한 위원들 다수도 금리 인하에 적극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다만 앞선 7월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결정된 만큼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그 효과를 지켜보자는 의견들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8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 반대 의견을 낸 이는 한 명에 불과했다.

현재로서 한은이 취할 금리 흐름의 방향은 인하 쪽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론이다.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는데다 물가마저 일시적일망정 마이너스를 기록한 터라 금리 인하에 대한 명분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움직임이 일고 있는 점도 금리 인하 명분을 떠받치는 요인이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함부로 내렸다가는 그나마 남아 있는 통화정책의 여력마저 소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기준금리 실효하한 아래로 금리를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효하한이란 우리가 금융안정성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도달할 수 있는 기준금리 하한선을 뜻한다. 그 이하로 금리를 내리면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 실효하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한은은 이에 대한 기준을 아직 정해두지 않고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그 기준선을 0.50~1.00% 정도로 보고 있다. 이들 주장대로라면 향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릴 수 있는 기회는 두 세 번, 많아야 네 번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과연 효과를 발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회의론자들은 기준금리를 인하해 유동성을 늘려도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현실 탓에 통화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소위 ‘돈맥경화’ 현상이 이어지는 한 아무리 유동성을 늘려도 기대만큼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얘기다.

저금리 시대를 맞은 한은으로서는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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