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합의(스몰 딜)라도 이뤄지기는 한 것일까?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끝난 미·중 무역협상 결과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당장 협상 당사자들 간에도 미묘하게 입장이 엇갈린다. 미국은 ‘합의’가 이뤄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중국은 그에 동의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말하는 ‘합의’도 그리 명료한 의미는 아닌 것으로 이해된다. ‘합의’라는 표현 앞에 늘 두루뭉수리한 의미의 수사를 붙이고 있어서이다.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만나고 있다. [사진 = AP/연합뉴스]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만나고 있다. [사진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전 공언대로 지난 11일 양측 간 협상이 끝난 뒤 백악관에서 중국의 류허 부총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가) 매우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합의’가 아니라 ‘실질적 합의’란 말을 쓴 점이 관심을 끌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원칙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라는 표현을 써 묘한 여운을 남겼다.

미국 측의 발언을 정리하자면 1차 합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졌고, 조만간 2차 합의가 이뤄질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달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이 최종 합의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APEC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합의안에 최종 서명하는 스케줄을 짜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 측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당장 1차 합의라는 것부터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백악관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류허 부총리부터가 ‘합의’라는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현지 언론 보도에 의하면 류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합의’라는 말 대신 ‘실질적 진전’(substantial progress)이란 표현을 썼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역시 이번 협상이 끝난 뒤 ‘합의’라는 표현을 삼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상무부의 경우 ‘합의’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다. 그러나 그 의미는 미국이 말하는 ‘합의’와는 다른 것이었다. 중국 상무부는 협상과 관련,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고 밝히면서 “최종 합의를 향해 가는 방향으로 양측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내용에 대한 합의는 이번 워싱턴 협상에서 없었음을 시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보더라도 이번 협상이 별 성과를 내지 못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그는 아직 합의문이 작성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합의서 작성을 위해서는 향후 3~5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내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무언가 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서두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반면 중국은 재선을 위해 경제적 업적을 내세우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십분 활용하려는 듯 ‘만만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뒤 막판에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한다는 의미다.

이번 협상이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닌 듯 보인다. 미국이 15일부터 실행키로 했던 중국산 제품 2500억 달러어치에 대한 5%포인트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한 것이 그 증거다. 현행 관세율은 25%다. 대신 중국은 400억~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타 갈등 사안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이번에 중국이 절실히 원함에도 불구하고 오는 12월 15일부터 부과키로 한 대중(對中) 관세 부과 계획을 보류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때부터 새로운 중국산 제품 1600억 달러어치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12월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므누신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양측 간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세는 부과된다”며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 따르면 두 나라는 이번 주와 다음 주 실무자 간 전화 및 대면을 통해 의견을 조율해 나간다. ‘2차 합의’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얘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중 협상 결과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자 시장에서의 불확실성도 쉽사리 제거되지 않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14일 뉴욕증시는 시작부터 혼조세를 보였다. 당분간 미·중 협상 추이를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그 배경인 듯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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