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지금의 세계 경제가 동시에 스태그네이션(Stagnation) 상태에 빠져 있다는 진단을 제시했다. 이 매체가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와 공동으로 경제지표들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이번 진단은 세계적 경기 불황에 대한 경고가 숱하게 이어진 끝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전에도 특정 지역 경제가 스태그네이션을 향해 접근해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 적은 있었다. 비근한 예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달 발표한 ‘무역과 개발 보고서 2019’를 통해 유로존이 스태그네이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보고서는 미국에 대해서는 스태그네이션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감세 정책 효과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올해 2.3%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그만큼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은 상태에 있음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내년 경제도 그리 전망이 밝지 않을 것이란 진단을 내놓았다. 내년엔 올해까지 비교적 호황을 누렸던 미국을 비롯해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UNCTAD는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적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적 스태그네이션을 거론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FT가 유로존뿐 아니라 전세계가 동시에 스태그네이션 상태에 진입했음을 공언한 것이다.

스태그네이션은 장기간에 걸쳐 저성장이 이어지는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다. 대개 1년 동안의 성장률이 2~3% 아래에 머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가 흔히 쓰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해 만들어진 말이다. 즉, 경기가 장기간 침체된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상황을 지칭하는 용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번에 FT와 공동작업을 벌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세계 경제에 대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 타이거(TIGER)지수라는 것을 사용했다. 세계경제회복지수로 풀이되는 타이거지수는 수출입 및 산업생산 현황은 물론 금융지표, 기업 및 소비자 경기신뢰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를 토대로 산출된다.

연구소는 세계 경제의 부진 원인으로 지속적인 무역 긴장과 정치적 불안,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통화정책 효과의 한계 등을 지목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이 전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소는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고용과 수입이 늘고 있고, 가계소비도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들어 세계적 경기 침체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