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경제사령탑 없는 경제장관회의
[호루라기] 경제사령탑 없는 경제장관회의
  • 박해옥 편집인
  • 승인 2019.10.17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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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예정에 없던 경제장관회의를 소집했다.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을 대거 청와대로 불러들여 현안 보고를 받고 각종 대응책을 논의하는 한편 경제정책 전반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경제 현안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해당 부처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경제 주체들에게 추가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외국 투자자들을 고무시키는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다만, 의아스러운 점은 경제와 관련해 긴급 현안이 돌출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회의가 소집됐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회의 소집일은 경제사령탑이 해외 출장으로 인해 자리를 비운 날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 발표(현지시간 15일)와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 발표(16일)가 이뤄진 점을 소집 이유로 거론했다. 하지만 IMF 및 통계청의 발표에는 뜻밖의 내용이 담긴 것도 아니었다. 그런 마당에 경제부총리도 없는 상황에서 회의를 소집했으니 그 의도를 두고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부재는 그 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지 않아도 홍 부총리는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취임 이후 줄곧 ‘패싱’ 논란에 휩싸여왔다. 명색은 경제사령탑이라지만 휘하 장관에게조차 영을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평이 시장을 지배했었다.

물론 홍 부총리는 주기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제 현안을 보고하고 대책도 건의하는 기회를 갖고 있다. 이번 경제장관 회의가 있기 수일 전인 지난 11일에도 문 대통령에게 정례보고를 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패싱 논란까지 일고 있는 마당에 경제사령탑 없는 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어차피 긴급 현안이 있는 것도 아닌 바에야 차라리 며칠을 기다렸다가 홍 부총리가 귀국한 다음 회의를 소집했더라면 일거양득이 아니었을까 싶다. 연출일망정 그 자체만으로도 경제사령탑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내보일 수 있었을 것이니 하는 말이다.

사실 경제정책은 대통령이 깊이 관심을 갖는 것 못지않게 전문가적 시각과 역량이 있는 이들에게 맡기는 게 중요하다. 이는 역대 정권을 거쳐오는 동안의 경험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정권이 나름의 기조를 바탕으로 큰 틀의 방향을 잡되, 구체적 실행 방안은 전문 관료들에게 맡겨두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의미다.

말로만 사령탑이라 추어올릴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제부총리에게 이름에 걸맞는 권한을 주는 것이 그 첫째다. 그 다음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 등 민간 경제주체들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주면서 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질적 방안 중의 하나가 규제 완화다. 민간의 경제주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운동장을 마련해 주려면 그들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최대한 제거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러나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게 지금의 우리네 현실이다. 비근한 예가 재계의 극렬한 반대 속에 지난 16일로 입법예고가 끝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바뀐 내용의 골자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특정 기업에 대해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경우 ‘경영 개입’ 행위를 보다 폭넓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가 할 수 있는 구체적 행위는 임직원에 대한 해임, 배당 및 정관변경 등에 대한 요구 등이다.

대한항공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기관투자자의 경영 개입은 실질적으로 기업들의 오너십과 활동을 제한하는 작용을 하게 된다. 게다가 기관투자자는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정부의 경영 개입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경제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다. 경제에 정치 논리가 지나치게 개입될 위험성도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의 경우 당장 편법 시비를 넘어 위법 및 위헌 시비까지 낳고 있다. 편법 시비는 국회 입법 절차를 피하기 위해 상위법은 그대로 둔 채 시행령만 손질하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그 결과 시행령의 상위법규인 자본시장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헌법 위반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해당 시행령 개정안이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하는 헌법 126조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헌법 126조는 사기업을 정부가 함부로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관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무리수를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경제전문가이자 노련한 관료인 경제사령탑의 존재감을 더욱 굳건히 다져줄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대통령의 의지와 관심 표명도 사령탑을 통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질서 있는 경제정책 추진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별다른 효과도 내지 못한 채 시장에 혼란만 안겨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곰곰 되새겨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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