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가 뒤늦게서야 기존의 올해분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국내외 기관들의 일반적 전망과 달리 정부 홀로 고집해온 2% 중반대 성장률 전망치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비로소 인정한 것이다. 새로 제시된 전망치는 기존보다 0.4%포인트 낮아진 2.0~2.1%였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은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입을 통해 공개적으로 거론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부의 전망치가 바뀐 만큼 향후 정책적 대응에서도 변화가 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홍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8일 미국 출장 중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를 통해 나왔다. 홍 부총리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고 국내 기자들 다수도 행사 취재에 나섰다.

이날 간담회에서 홍 부총리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국제통화기금(IMF)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 수준과 비슷할 것이란 발언을 했다. IMF와 OECD가 최근 들어 새로 제시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각각 2.0%, 2.1%였다.

이는 한국은행이 수정 제시한 2.2%보다도 낮은 것이다. 하기야 한국은행도 이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스스로 제시한 수정 전망치조차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시인했다. 정부 당국자와 중앙은행이 올해를 불과 두 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야 비로소 성장 부진을 곧이곧대로 시인한 셈이다.

그간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민간 기관들의 경고를 묵살하다시피 해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한술 더 떠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거나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로 인해 청와대의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홍 부총리가 뒤늦게 제시한 2% 성장률 전망치는 과연 달성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마저도 정부의 기대가 반영된 수치일 뿐 녹록지 않은 목표라는 게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이대로 가면 일부 국제투자은행들이나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제시한 것처럼 1%대 성장률이 기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한국이 2%대 성장을 이룰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앞으로 발표될 3분기와 4분기의 성장률이라 할 수 있다. 당장은 오는 24일 발표될 한국은행의 3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이 수치가 최소 0.6%(전기 대비)는 나와야 올해 2%대 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대한 기대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그 다음 4분기 성장률 역시 0.6% 이상의 수준을 이어갈 경우라야 연간 2.0% 성장률 달성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 같은 목표치를 이루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데 있다. 일차적 근거는 올들어 지금까지 나타난 성장률 실적이다. 지난 1, 2분기에 우리 경제는 전기 대비로 각각 -0.4%와 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살펴보면 그 실적이 어느 정도인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수치는 1분기 1.7%, 2분기 2.0%였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1~2분기 성장률이 2%에 못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거칠게 따져보더라도 전년 동기 대비로 계산한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의 경우 각각 2.1%를 넘어가야 올 한해 연간 성장률이 겨우 2.0% 정도를 유지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1, 2분기의 기조가 이어진다면 3, 4분기에 각각 2.1%의 성장이 이뤄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곧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들어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마치 새로운 개념인 듯 들리지만 이전 보수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건설 경기를 살려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간 건설·토목 등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온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통계청이 이달 말 발표할 전(全)산업생산지수도 올해 3분기 성장률을 가늠케 해줄 요소다. 오는 31일 발표될 ‘9월 산업활동동향’에 포함될 전산업생산을 통해 이미 발표된 7, 8월분을 포함한 3분기 전체의 전산업생산지수를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3분기 전체의 전산업생산이 2분기보다 높게 나온다면 성장률 역시 2분기의 2.0%(전년 동기 대비)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 반대라면 3분기 성장률은 2.0%에도 못 미치게 돼 4분기에 선전한다 해도 연간 2.0%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24일 3분기 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한 이후에도 통계청의 전산업생산지수가 어떻게 집계될지에 대한 관심은 크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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