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22일 우리나라의 수출승수(輸出乘數)가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연구원은 이 같은 주장을 토대로 향후 임금 상승을 억제해 기업들의 노동비용을 줄여주고 고용 환경을 유연하게 만들어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기 쉽게 정리하면, 수출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줄어들었으므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그간 보수적 싱크탱크로 기능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는 기업친화 일변도의 주장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나름의 근거를 토대로 논리를 펼친 것인 만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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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출승수의 개념부터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수출승수란 수출이 늘어남에 따라 그 효과에 의해 증가되는 국민소득의 정도를 의미하는 용어이다.

수출이 늘어났다고 해서 그 증가분이 고스란히 국민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출에 드는 비용이 따로 있는데다, 수출 증가는 고용 등 국내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통하고서야 비로소 국민소득 증대에 기여하게 된다. 그 정도를 여러 자료를 취합해 산식을 만든 뒤 계산해낸 것이 수출승수다.

연구원은 이렇게 계산된 최근 10년간(2009~2019년 1분기)의 수출승수가 0.26으로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이 밝힌 이전 10년간의 수출승수는 0.73이었다. 최근 10년의 수출승수가 이전 10년의 그것에 비해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수출이 같은 양만큼 늘어나도 과거에 비해 국민소득 증가에 대한 기여도는 3분의 1 정도에 불과함을 말해준다.

연구원은 수출승수가 이처럼 대폭 줄어든 직접적 이유로 한계수입성향의 상승을 지목했다. 한계수입성향이란 국민소득 증대로 인해 덩달아 증가하는 수입의 정도를 의미한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곧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그 효과가 국내 생산 증대로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채 수입 증가를 야기하는 현상이 심화된데 따른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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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은 최근 10년 기간 중 한계소비성향은 44.2% 하락한 반면 한계수입성향은 99.1% 상승했다고 추정했다. 이 말은 소득이 추가로 증가했지만 소비는 줄어들고 반대로 수입은 크게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연구원은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하는 수출경쟁력 관련 5개 지표 중 한국은 물가 외의 모든 항목에서 약화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OECD가 제시하는 수출경쟁력 관련 5개 지표에는 물가 외에 세계시장 점유율, 수출성과, 단위 노동비용, 실질실효환율이 포함돼 있다.

연구원은 수출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줄어든 것은 미·중 간 무역갈등과 한계수입성향의 상승 등 국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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