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국제투자은행(IB)들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들의 경고 내용이 눈앞의 현실로 바짝 다가선 것이다.

우리나라가 연간 1%대 성장률을 마지막으로 경험한 때는 10년 전인 2009년이었다. 국제적 금융위기 여파에 휩싸여 있던 당시의 성장률은 0.8%였다. 전후(戰後) 우리 경제사에서 연간 성장률이 2%에 못 미친 때는 네 개 연도에 불과했다. 그 시점은 각각 1956년(0.7%), 1980년(-1.7%), 1998년(-5.5%), 그리고 2009년이었다. 이중에서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두 개 연도는 각각 석유파동과 외환위기라는 외부 충격이 가해진 시점이었다.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나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나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올해 2%대 성장률 달성의 꿈을 마지막까지 붙들어두었던 것은 3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대였다. 이 수치가 최소 0.6%(전기 대비)는 나와야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발표된 결과는 그와 거리가 멀었다. 다음 분기에서 기적 같은 실적이 나타나지 않는 한 낮추고 또 낮추어 잡은 올해 2%대 성장률 달성 목표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전기 대비)였다. 전년 동기 대비로 환산한 3분기 성장률은 2.0%였다. 경제 전문가들이 예상한 전기 대비 3분기 전망치는 대체로 0.6%에 모아져 있었다. 보다 비관적으로 경제 현실을 진단한 이들도 0.5%는 나올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었다.

3분기 성적이 최소 그 정도는 되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불과 수일 전 수정 제시한 연간 성장률 전망치 2.0~2.1%를 어렵게나마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역설적으로는 정부의 최종 목표치가 2.0% 이상이었던 것으로 보아 3분기 성장률이 0.5~0.6%는 될 것이란 기대도 전문가들의 인식 속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3분기 성장률을 기업의 실적에 비유하자면 ‘어닝 쇼크’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는 평이 제기되기도 했다.

3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올해 연간 성장률 2%대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는 논리적 근거가 있다. 확실한 근거 자료로 지난 1, 2분기 성장률 집계치를 들 수 있다. 올해 1, 2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은 각각 –0.4%와 1%였다. 전년 동기 대비로 치면 각각 1.7%와 2.0% 성장률을 기록했다.

보다 정밀한 계산이 필요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분기별 성장률 흐름을 보면 올해 2%대 달성이 쉽지 않으리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9%로 이미 집계돼 있었다.

이날 발표된 성장률 수치는 속보치인 만큼 향후 수정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뒤늦게 다시 발표되는 잠정치도 속보치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게 보통이다. 오차가 발생한다 하다라도 그 폭은 0.1%포인트 내외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3분기 성장률이 이처럼 저조하게 나온 배경엔 재정지출 효과의 감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2분기에는 재정을 집중 투입함으로써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그 여력이 3분기까지 이어지지 못한 점이 성적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정부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2분기 1.2%포인트에서 3분기 0.2%포인트로 줄어든 데서 잘 드러난다.

3분기 성장률 발표 당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홍남기 부총리를 향해 의원들의 질타성 질의가 쏟아졌다. 홍 부총리는 질의에 답변하면서 3분기 성장률 감소의 원인으로 재정집행 여력의 감소, 추가경정예산의 뒤늦은 통과, 준내구재 소비 감소 등을 지목했다.

최근 한국의 올해 연간 성장률을 2.2%로 수정제시했던 한국은행의 이주열 총재를 향해서도 성장률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전달됐다. 이에 이 총재는 “4분기에 정부의 재정투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목표 달성 가능성을 의심하는 질의에 대해 홍 부총리는 “4분기에 전기 대비 0.97%의 성장을 이루면 연간 성장률 2% 달성이 가능하다”며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도 비슷한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4분기에 1% 정도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정부의 연간 2% 성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재정 수단을 총동원한다 해도 올해 들어 이어진 추세로 보아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딱 한차례 분기별 성장률 1%를 달성한 2분기의 경우엔 전 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 같은 정황을 고려하면 4분기 1% 성장 달성은 쉽지 않은 목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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