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4%(전년 동기 대비로는 2.0%)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자 저성장 고착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기 시작했다. 당장의 우려는 올해의 연간 성장률이 자칫 심리적 마지노선인 2% 아래로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의 주장대로 성장률 2.0%와 1.9%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그리 큰 것이 아니다. 시쳇말로 도긴개긴이다.

하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이란 말이 시사하듯 경제주체들에게 주는 메시지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언론들이 불과 0.1%포인트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굳이 1%대, 2%대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은 만큼 정부는 지금 시점에서 최대한 2%대 성장이 달성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를 지닌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이나 경제전문가들의 우려를 고깝게만 들을 것이 아니라 겸허히 수용하려는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 그런 다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목표 달성에 대한 희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을 높게 잡는 관행을 굳이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도 정부 전망치에는 목표 달성의 의지가 깃들어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골인 지점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전망치를 마냥 높인 채 의지만 앞세운다면 그건 희망고문에 불과할 따름이다.

어느 선에 가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정책적 오류를 인정하고 필요한 점은 수정함으로써 최대한 목표치에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파기를 지금이라도 청와대 차원에서 과감히 선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말이 3축 정책이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진짜 핵심은 누가 보더라도 소주성이다. 이 정책 하나를 밀어붙이느라 온 나라가 시끌벅적했고, 자영업자는 물론 수많은 기업들이 곤란을 겪어왔다. 기업들 중에서는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곤란의 강도를 더 크게 느껴야 했다.

그 같은 소주성이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유명무실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조차도 요즘 들어서는 소주성이란 단어를 입밖에 내지 않고 있을 정도다. 비근한 예로 최근 있었던 긴급 경제장관회의에서도,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소주성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문 대통령은 요즘 들어 건설투자를 강조하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 이름하여 사회간접자본시설(SOC) 건설이 그것이다. 수개월 전엔 총 24조원 규모의 각종 SOC 건설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조치까지 취하며 건설사업 독려에 나섰다. 이 모두가 정책 실패를 내놓고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실제로 정책방향 전환을 은근히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움직임들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건설투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국제적 교역환경의 악화로 수출에서 큰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내수를 자극해 성장 동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국내총생산(GDP)을 떠받치는 두 가지 항목 중 하나인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를 진작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연적인 대안이다. 내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건설투자다. 그런데 지난 3분기 중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는 전기 대비 0.8%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5%포인트 감소했다.

이를 감안하면 정부가 건설투자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못 한다는데 있는 듯 보인다. 우선 정책 엇박자 현상이 자주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논쟁적 정책인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공급을 위축시키면서 결국 건설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는 정책이다. 정부가 역량을 집중해 경기 활성화에 올인해도 모자랄 판에 어울리지 않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일종의 정책 엇박자 사례인 셈이다.

지난 16일로 입법예고를 끝낸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도 마찬가지 사례로 꼽을만하다. 문재인 정부가 틈만 나면 규제 개혁과 혁신을 외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정치논리로 흔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이 또 한번 입증된 것이다. 이 같은 정책 엇박자는 기업의 경영을 직접 압박하는 것과 함께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림으로써 투자의지를 또 한번 약화시키게 된다.

기업들의 투자 정도는 성장과 고용의 선행지표라 해도 무방하다. 어려울 때일수록 건설투자든 설비투자든 투자가 있고서야 성장도 있고, 고용도 있다는 기본원리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