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에 연간 6000만대의 생산을 통째로 맡기기로 했다는 사실이 최근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6000만대는 삼성전자가 1년간 생산하는 전체 스마트폰 물량의 20%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삼성전자가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한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세계 정상을 지켜왔지만, 최근 들어 아래로는 중국산 저가 제품에 쫓기고 프리미엄급 시장에서는 미국 애플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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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번 조치는 삼성전자가 버티고 버티다 막판에 어쩔 수 없이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일로 삼성전자는 1등 기업으로서의 자존심에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나아가 삼성전자로부터 하청을 받아 부품을 제조·공급해온 국내 중소 업체들도 일정 부분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로서는 이를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그나마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선의 길을 택한 것으로 이해된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에서 생산되는 연산 6000만대의 제품을 삼성이란 브랜드만 붙인 채 세계 시장에 내놓는다. 삼성이란 브랜드로 팔리지만 판매 이익의 상당 부분은 중국 제조업체에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택하기로 한 방식은 소위 제조자개발생산(ODM: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이다. 이는 제조사가 생산에 관한 모든 것을 스스로 관장해 제품을 만든 뒤 주문 업체에 공급하는 일괄위탁생산 방식이다. 제조사가 제품 개발까지 모두 맡아서 처리한다는 의미에서 ODM이란 표현이 쓰이게 됐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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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향후 중국 업체가 알아서 개발하고 생산한 제품을 받은 뒤 해당 제품을 삼성 브랜드로 시장에 내놓는다. 제조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정해주는 것은 가격 조건뿐이다. 즉, 얼마짜리 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하면 ODM 계약을 한 중국 업체가 가격 조건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 제공한다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중국 업체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제품을 ODM 방식으로 생산하게 된 것은 중국의 기술력이 그만큼 향상됐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생산업체의 제품 개발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방식의 계약을 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OEM 방식의 계약을 한 경우라면 제조사는 주문자로부터 설계도를 받은 뒤 그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의, 비교적 단순한 공정만을 책임지게 된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와 OEM이 아니라 ODM 방식으로 스마트폰 대량 생산 계약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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