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가 3회 연속 0.25%포인트씩 내려갔다. 하지만 새로 정해진 1.50~1.75%의 기준금리 수준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서 내놓은 성명 내용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토대로 한 분석이다. 미국 언론들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다만, 기준금리 유지 기간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섣부른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흐름의 경로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EPA/연합뉴스]

연준은 30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끝내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 7월과 9월 회의를 포함해 세 번 연속 내려갔다. 지난 7월말 10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처음 인하한 이래 줄곧 같은 흐름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연준의 3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의 예상 범위 안에 있었다. 더 중요한 관심사는 FOMC 회의 이후 연준이 밝힐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이었다.

이번에 연준이 내놓은 성명은 이전의 그것에 비해서는 조금 더 선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연준은 지난 번 회의 직후 “분명한 것은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는 것뿐”이라며 아무런 시사점을 제공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가 끝난 뒤엔 당분간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해 나갈 것임을 시사하는 내용의 성명을 공개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지난 번 성명에 들어있던 “경기 확장의 지속을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내용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해당 문구는 필요시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을 돕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문구를 “금리 스탠스가 적절한지를 평가하겠다”라는 내용의 문구가 대체했다. 세 차례 연속 단행된 금리 인하의 효과를 살펴보면서 향후의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 윤면식 부총재는 이 부분을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로 해석했다. 윤 부총재는 그러나 파월 의장이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완화적 발언을 함으로써 연준 결정 이후 주가가 오르고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파월 의장이 마냥 비둘기파적 입장을 밝힌 것만은 아니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제부터는 금리의 추가 인하를 자제한 채 경기 흐름을 관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현 상황 유지를 시사하는 메시지는 그의 발언 곳곳에서 읽혀졌다. “우리 경제 확장이 지속되는 것을 보고 있다”와 “약간의 ‘보험’을 위해 이번 조치를 취했다”라는 말이 그것이었다. 이번 금리 인하가 미국 경기 흐름이 나빠서가 아니라 혹시 모를 상황 악화에 대비해 보험용으로 취해진 선제조치였음을 밝혔다고 볼 수 있다.

이날 금리 인하 결정 과정에서 반대표가 나왔다는 점도 일사천리식 인하가 더 이상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2명의 반대 속에 8명이 찬성함으로써 이뤄졌다.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반대표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대개는 토론 과정을 거쳐 의견을 하나로 모은 뒤 만장일치 결정을 내리는 게 FOMC의 관행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연준 회의에서 격론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만장일치 결정이 내려지지 못하는 상황은 지난 7월부터 세 번 연속 나타났다. 이는 향후 금리 흐름을 가늠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파월 의장 취임 이래 연준이 기준금리에 대해 만장일치 결정을 내리지 못한 횟수는 도합 네 번이다.

미국 경제 전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 관련 정보가 우리 전망과 일치하는 한 지금의 정책기조가 적절할 것”이란 파월 의장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연준이 금리의 추가 인하를 보류할 뜻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폭은 다소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윤면식 부총재는 “(미국 금리 인하로) 자본 유출 우려가 일부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이 조금 더 덜어졌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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