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발표한 이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잦아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커지는 기미가 엿보인다. 분위기로 보아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주택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적 혼란이다. 그 이면엔 형평성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논란은 ‘왜 우리 지역만 핀셋지정 대상이 됐는가’라는 불만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최소 단위를 동(洞)으로 정한 뒤 서울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에 포함된 27개 동을 상한제 적용 대상으로 지정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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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주무 당국인 국토교통부는 나름대로 설정했다는 대강의 기준을 제시했다. 투기과열지구 중에서도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거나 주택 거래가 활발한 곳을 우선 골랐다는 것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분양하기까지 상당 기간이 남아있거나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곳은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게 국토부 측 설명이다. 이 기준이 제대로 적용됐는지를 입증할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문제 제기는 세부 기준을 논하기 이전에 국토부가 밝힌 대강의 기준이 제대로 지켜졌느냐에 모아져 있다. 그 기준으로 보면 포함되기 어려운 지역들이 다수 포함돼 있고, 반대로 당연히 들어가야 할 지역들이 빠져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상한제 적용 지역 주민들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도 대상 지역 선정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토부 타깃에 든 곳 중 대표적인 논란 지역이 송파구 방이동이다. 방이동이 지정된 이유는 누가 봐도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지난달 실시된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당분간은 재건축 추진이 어려운 곳이다. 은마아파트 등의 예를 보면 최소 10년은 더 지나야 재건축 사업이 완료될 수 있다. 이러니 지역 주민들로부터 공연히 다른 곳 집값은 올려주면서 자기들 집값만 잡으려 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마포구 아현동에서는 ‘마·용·성’이란 허울 탓에 엉뚱하게 유탄을 맞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 곳은 유일한 정비사업 지역인 아현2구역이 빌미가 돼 타깃에 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건립될 1400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은 50가구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그 알량한 50가구 잡겠다고 동 전체를 상한제 적용 대상에 넣었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제3자 시각에서 볼 때 일리 있는 항변이다.

강동구 길동의 사례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길동은 강남4구에 든다지만 서울 전체로 보면 집값이 그리 높지 않은 곳이다. 더구나 같은 강동구의 명일동이나 둔촌동, 고덕동 등에 비해 집값이 낮은 곳으로 평가되는 지역이다. 주민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철거중인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사진 = 연합뉴스]
철거중인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사진 = 연합뉴스]

일반적 시각으로 보아 들어갈 줄 알았던 곳이 빠진 점도 문제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목동과 흑석동, 경기도 과천시 등이다. 서울 목동과 과천은 재건축 추진 단지도 많고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곳들이다. 특히 지난달 과천에서는 아파트가격이 한 달 전에 비해 1.44%나 올라 상승률 면에서 전국 평균치를 10배나 웃돌았다.

이번에 유탄을 피해간 흑석동의 경우 상한제 대상에 포함된 여의도와 직접 비교 대상이 될 만한 곳이다. 여의도는 이번에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459채에 대해 후분양제를 추진했다는 이유로 영등포구에서는 유일하게 상한제 대상에 들었다. 그러나 흑석동은 3구역이 378채를 후분양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같은 불합리성에서 비롯된 불만을 “이제 시작”이라는 말로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불만이 곳곳에서 일고 있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기미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점 또한 문제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상한제 대상에 포함된 강남 등에서는 아직 집값 하락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반면, 상한제 적용을 비켜간 지역에서는 매물 회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사실 분양가 상한제를 둘러싼 논란은 새로울 것조차 없다. 제도 실행 이전부터 예고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정부의 강행 의지에 묻혀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례로 보아 국토부가 방침을 바꿀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최소한 형평성 논란이라도 잠재우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상한제 적용을 위해 마련했을 세부 기준을 공개하는 일일 것이다. 그마저 거부한다면 국토부의 이번 결정에 정치적 의도가 배어있다는 일각의 의혹이 더욱 힘을 얻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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