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중순의 수출 실적도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증가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달까지 5개월째 이어지던 두자릿수 비율의 감소세는 가까스로 면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감소율이 10%에 육박해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다고 할 수 있다.

21일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11월 1~20일 기간 동안의 우리나라 수출액은 282억1200만 달러(통관기준, 잠정)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동안의 실적과 비교하면 액수로는 29억9000만 달러, 비율로는 9.6% 감소했다. 지난해와 올해 같은 기간 동안의 조업일수는 15.5일로 동일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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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수출 통계 추이를 볼 때 올 들어 우리나라는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매달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 4월 감소폭을 -2.1%로 줄였으나 이후 5개월간 다시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이날까지 연간 누계로 본 수출은 4809억7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3% 감소했다. 수입액 누계는 4464억5200만 달러였고 1년 전 대비 감소율은 6.1%였다. 11월 1~20일 기간 중의 수입액은 276억1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석유제품(-29.4%)과 원유(-21.0%), 가스(-10.7%) 등의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한데 따른 것이다.

수출 부진의 지속은 정부가 기대하는 올해 2%대 성장률 달성에 결정적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지닌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부진을 이어가면 자칫 성장률이 1%대로 내려앉을 수 있어서이다.

관세청 자료를 보건대 수출 부진의 주 원인은 지역별(국가별)로는 대(對) 중국 수출이,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데서 찾아진다. 통계청의 이날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 중국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8.1% 줄어들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의 감소폭이 23.6%로 두드러지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지역별 추이를 살펴보면 명목 수치상 감소폭이 큰 곳은 유럽연합(EU·-25.3%)과 중동(-14.4%) 등이었다. 하지만 이들 지역으로의 수출이 수출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그 충격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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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로서 가장 뼈아픈 점은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다.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상대국이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자료 상 중국은 올해 1~10월 기간 중 우리나라로부터 1120억7700만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입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누적 수출액 4527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8%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1~10월 대 중국 수출 누계액은 2위 수출 상대국인 미국(607억1800만 달러)을 압도했다.

우리나라 수출 부진과 관련해 또 하나 꼽을 수 있는 키워드는 반도체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최근 들어 국제적인 거래가격 하락과 경기 부진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더구나 반도체 수출 부진은 곧 한국 수출 부진을 의미한다고 할 만큼 반도체는 우리의 주력 수출품이다. 무역협회 집계 상 지난해 기준 우리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1%나 됐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에서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외에 눈에 띄게 수출 감소를 보인 품목은 선박(-65.3%)이었다. 석유제품과 무선통신기기의 수출도 각각 3.4%, 1.9% 줄어들었다. 그나마 수출 감소폭을 줄여준 것은 승용차(7.1% 증가)와 가전제품(8.7% 증가) 등이었다.

따라서 중국과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는 일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장기 목표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특히 수출 시장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 보니 우리나라는 미·중 무역갈등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 국가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미·중 협상이 언젠가 타결되더라도 지금의 교역구조를 유지하는 한 우리의 수출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언젠가 미·중 간 무역협상이 완전 타결되면 결국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을 늘리게 되고, 그 대신 한국 등으로부터의 수입은 대폭 줄일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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