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권법이 미·중 무역협상의 진행을 더디게 하면서 시장은 언론보도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하루하루 조금씩 달라지는 매체들의 보도 내용에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협상 타결 시점에 대한 전망 보도에서부터 변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인권법에 서명한 직후만 해도 미국 언론들은 대체로 무역협상의 기본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홍콩인권법 서명에 환호하는 홍콩 시위대. [사진 =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홍콩인권법 서명에 환호하는 홍콩 시민들. [사진 = EPA/연합뉴스]

같은 맥락에서 ‘1단계 합의’에 대한 마무리 작업이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는 12월 초에 완성되리라는 전망도 다수 제기됐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협상 타결까지 불과 몇 밀리미터만 남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중국은 주중 미국 대사를 초치해 홍콩인권법 서명이 내정 간섭에 해당한다며 항의하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정작 협상 주무 당국인 상무부는 이렇다 할 반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중국 측이 미국에 대응할 마땅한 카드를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 제기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뉴욕증시의 주가를 떠받치는 데 일정 정도 기여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 언론들의 보도 내용은 조금씩 변화하는 기미를 내비쳤다. 이런 와중에 일부 언론에서는 1단계 협상 마무리가 연말 경에나 이뤄질 것이란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미 협상단원의 한 측근을 인용해 지금 협상이 정지된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이유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국내 여론을 관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일정이 지연되면서 이달 15일로 예정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 계획도 연기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EPA/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EPA/연합뉴스]

뉴욕 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미·중 협상이 홍콩인권법 문제로 인해 중단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공감을 표하고 있다. 시간이 다소 더 걸리더라도 무역협상은 정치문제인 홍콩인권법 등과 별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홍콩인권법이 지금 당장 효력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그 같은 전망의 한 배경이 되고 있다.

문제는 명확한 협상 진행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서 시장의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조금씩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은 협상 마무리 작업 시점이 길게 지연될수록 더욱 커지기 십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은 당분간 언론 보도의 흐름에 따라 분위기를 바꿔가는 모습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에 영향을 미칠 다른 변수로는 2일 발표되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이 있다. ISM의 PMI는 미국의 대표적인 제조업 경기 지표로 평가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11월 지수가 전달보다 다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의 예상 등락범위는 NH투자증권 2080~2150, 한국투자증권 2060~2140, 하나금융투자 2100∼2150, 케이프투자증권 2050∼213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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