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전문가들의 예상 그대로였다. 시장의 관심도 진작부터 금리 변동 여부가 아니라 내년의 금리 동향에 모아져 있었다. 연준이 통화정책 회의 직후 발표할 성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점도표에는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이 어떤 모습으로 표시될지 등이 더 큰 관심사였다.

연준은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12일 오전(한국시간) 미국의 기준금리를 1.50~1.7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부터 10월에 걸쳐 세 차례 연속 내려갔던 기준금리가 숨고르기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연준의 이번 결정 과정에서는 이렇다 할 내부 이견이 표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표결에 참여한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한 점이 그 같은 분석의 배경이다. 이견이 있더라도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전원일치 쪽으로 흐르는 게 보통인 만큼 만장일치 결정이 완전한 의견통일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장일치 결정은 적어도 격렬한 반대 의견은 없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회의 직후 연준이 발표한 통화정책 성명의 내용 역시 미국 기준금리가 당분간 숨고르기 상태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성명은 지금 연준의 기조가 미국 경제의 지속적 확장을 지원하는데 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번 성명에 들어 있었던 ‘불확실성’이란 표현이 사라진 점도 눈길을 끌었다. 금리 인하를 통해 더 많은 자극을 주어야 할 만큼 미국 경제가 활력을 잃지 않았다는 연준의 판단이 엿보이는 대목들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유의미한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곧 두드러진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상을 종합하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필요성도 없다는 것이 이날 연준이 시장에 보낸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의 메시지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했다. 점도표는 연준이 3개월에 한번씩 공개하는 그래프를 말한다. 점도표엔 연준 위원들 각자의 향후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이 점 모양으로 표시된다.

이날 공개된 연준의 점도표는 내년에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한 위원이 한명도 없음을 보여주었다. 도표 상에 점을 찍은 위원 17명 중 13명은 내년에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 전망했다. 나머지 4명은 0.25%포인트 인상을 점쳤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점도표가 제시한 내년 말의 예상 기준금리 수준은 1.6%였다. 이는 1년 뒤에도 미국의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이는 연준 위원들 각자의 전망치를 집약한 것이므로 그대로 현실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상황이 변하면 이들의 생각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경우 한국은행은 난감한 지경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은은 스스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경제가 활력을 잃은 가운데 저성장에 저물가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경우 우리 사회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는 한은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통화정책 운용의 여력이 줄어드는 것 외에도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새로운 부담으로 부상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어서이다. 그 같은 상황은 미국의 금리가 장기간 동결되리라는 전망과 관련이 깊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이미 금리 역전이 현실로 나타나 있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25%로 미국 금리보다 상단 기준으로 0.50%포인트까지 벌어져 있다. 이 이상 금리차가 벌어지면 그 때부터는 그러지 않아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외화 자금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 한은의 속앓이는 점점 더 심화될 수밖에 없어 보이는 것이 지금의 흐름이다. 한은의 고민은 다음 달 중순의 첫 번째 통화정책 회의를 시작으로 금리 변경 논의가 거듭될수록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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