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이하 분상제)가 몰고온 후유증이 만만치않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 구름 인파가 몰리고, 신축은 물론 구축 아파트의 거래량이 늘고 있으며, 경매 아파트의 낙찰가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심각한 곳은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이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7월 이후 24주째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격 상승폭이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는 지난 9일 기준으로 한 주 사이에 0.17%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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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도 = 포스코건설 제공]

아파트값 상승은 신축과 구축을 가리지 않는다. 그간 자금 동원 능력이나 누적 자산 규모에서 40~50대에 밀려 있던 30대가 아파트 거래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들이 은행 대출 등을 활용해 일단 잡고 보자는 다급한 심정으로 신축·구축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 매입에 적극 나선 결과로 보인다. 당첨 순위에서 상대적 열위에 있는 상황에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30대가 내집 마련 계획을 앞당겨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움직임은 자본주의 시장원리로 보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물건 값이 오르는 상황이라면 소비자들은 구매를 앞당길 수밖에 없다. 물가 하락기에 구매를 최대한 미루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자 서울 등 요지의 분양 시장엔 매번 구름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그 징후는 일찍부터 나타났다. 지난 9월 초 인천 송도에서 포스코건설이 789가구를 일반분양했을 때 몰려든 인파는 무려 11만을 넘었다. 평균 경쟁률이 143대 1을 기록했고, 특정 인기 평형의 경우 경쟁률이 네자릿수까지 솟아올랐다. 비슷한 현상은 송파의 거여마천뉴타운 등 서울 지역과 경기도 광명시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이달 11일 청약 접수를 마감한 서울 신길뉴타운의 더샵 파크프레스티지 아파트 단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접수 마감 결과 187가구 모집에 2만1367건의 신청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114.3대 1을 기록했다.

이처럼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청약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시중에 갈 곳 없이 떠도는 자금이 많다는 게 중요한 이유일 수 있다.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들지 못하고 투기성 자금으로 기능하는 돈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는 분상제의 섣부른 도입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열기는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진작부터 경고한 내용 그대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 가격을 무리하게 통제하면 생산자는 생산 물량을 줄이게 되고, 그 여파로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물건값이 상승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 같은 경고를 비웃듯, 오기를 부리듯 일방통행식으로 분상제를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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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자신들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낳을 참화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세금폭탄과 은행 대출 규제라는 수단을 동원했지만 이 역시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한 채 각종 부작용만 일으키고 있다. 평생 근검절약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룬 1주택 소유의 중산층 및 은퇴자 가구는 현재 세금폭탄에 신음하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집을 파는 게 아니라 소비를 줄이는 것뿐이다. 다주택자 역시 과도한 거래세 부담으로 인해 집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공무원들이 서울 강남 등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수시로 찾아다니며 거래 실태 조사를 벌이는 것도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 관리 행정이라 할 수 없다. 그런 유의 행동은 특정 지역의 거래를 일시적으로 지연시킴으로써 어거지로 집값 상승을 막으려는 무모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부동산값 상승 압력이 해소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금 폭탄과 대출 규제, 현장 단속 등을 통해 수요를 찍어 누르는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이라 이름붙이기도 민망한 수준의 임기응변적 방편이다. 무능한 경영자가 사람부터 자르고 보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아마추어적 단견의 소치다.

해답은 하나, 시장 흐름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뜻이다. 대안은 역시 공급 조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 수는 절대수에서는 크게 부족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장소 및 유형의 주택이 태부족이라는 데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이나 마산·용산·성동 등의 주택,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 그중에서도 신축 아파트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 새 아파트를 최대한 공급해주는 것이 부동산 정책의 큰 줄기가 돼야 한다.

이를 실행할 세부 방안은 주택재정비사업의 적절한 진행이다. 그것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곧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골간이 돼야 한다. 시급한 것은 이런 방향으로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가 서울 강남 인근 지역에 보금자리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꾀했던 일을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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