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과 공동으로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 형편이 어느 정도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요소가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소득과 처분가능소득, 중위소득 등이다. 국민 각자는 이 자료들을 보면서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경제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가계(단위 가구의 수입과 지출 상태)의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729만원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2% 늘었다. 지난해의 연간 가구당 평균소득은 5828만원으로 이전 해보다 2.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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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처분가능소득은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에서 세금과 의료보험료 등 사회보험 비용, 채무에 대한 이자 지급 등을 제외한 소득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말해 제할 것 제하고 난 뒤 가계가 각각의 의도에 따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에 해당한다.

그런 만큼 처분가능소득은 한 가구의 소비 여력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소득의 절대액수가 크더라도 갚아야 할 대출 이자 등이 많으면 실제로는 임의로 쓸 수 있는 돈은 그에 반비례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 비소비지출은 1098만원으로 1년 만에 6.2%나 증가했다. 가구당 평균 소득 증가율의 3배 수준에 해당한다.

평균가구소득 규모의 경우 실질적으로 1년 전보다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따져보려면 물가상승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명목 소득이 늘었다 할지라도 만약 물가가 그 이상으로 상승했다면 오히려 실질 소득은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되는 탓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연간 평균소득은 1년 전보다 2.1% 늘었다. 같은 해 소비자 물가상승률 1.5%보다 다소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결국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소득은 물가 상승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그 이전 해에 비해 다소 개선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처분가능소득 상승률은 이와 다른 양상을 드러났다. 1년 전 대비 상승률(1.2%)이 물가상승률에 못 미쳤던 것이다. 이는 곧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적인 처분가능소득이 실질적으로는 1년 전보다 줄어들었음을 말해준다. 쓸 수 있는 돈의 절대 액수가 늘어났지만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올라간 탓에 사실상 저축 또는 소비 여력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사회보험 및 이자 비용 등을 감당하는데 드는 비소비지출마저 크게 늘어났으니 소비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의 경우도 보유 부동산에 대한 세금까지 급격히 오르는 바람에 소비를 크게 줄여야 했다. 짐작하건대 이 같은 현상들은 우리나라의 지난해 내수부진을 야기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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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표된 통계청 등의 자료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 중산층 가구의 소득이다. 이에 대해 설명하려면 중산층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산층은 법적·학문적으로 명확히 규명된 개념이 아니다. 그로 인해 사람에 따라, 기관에 따라 중산층의 개념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학자들 다수는 중산층을 경제적 요소 외에 정치·사회적 요소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개개인의 의식을 중산층 여부를 가리는 중요 요소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런 주장들을 무겁게 받아들이자면 중산층은 대체로 상류층과 비슷한 개념으로 통한다. 예를 들면 경제적으로 상류층에 속하고 선택적인 교육 혜택을 받아 엘리트라는 의식을 지닌 사람이라야 중산층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말하는 중산층은 정치·사회적 요인을 배제한 가운데 경제적 요소만을 염두에 둔 개념에 가깝다. 이 같은 정서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말하는 중산층이다. OECD는 한 사회 내 중산층의 분류 기준을 중위소득의 50~150%로 잡고 있다. 소득이 이 범위 안에 들면 중산층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뜻이다.

OECD 기준을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 중산층 가구의 지난해 연간 소득범위는 2284만~6851만원이란 결론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중위소득이 4567만원이었던 것을 기반으로 계산해낸 결과다.

중위소득이란 한 사회 내 가구들을 소득 순위에 따라 일렬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하는 가구의 소득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중위소득은 평균소득과는 다른 값을 나타내는 게 일반적이다. 평균소득은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일수록 중위소득보다 높은 값을 나타내게 된다.

중산층의 정확한 개념이 무엇이든, 이 층이 두껍게 형성돼야 사회적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위정자들은 대개 중산층을 최대한 두껍게 하면서 이들의 삶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정권에 대한 지지를 높게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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