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일자리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발언 중 특히 눈길을 끈 것은 40대 고용 문제를 콕 집어 거론하며 특별대책 마련을 주문한 부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고용 시장이 회복세를 보여 다행스럽다”, “취업자 수가 4개월 연속 30만명 이상씩 증가했다”라고 말하는 등 우리의 고용 사정이 날로 개선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 발언이 있기 이전까지도 비슷한 언급을 자주 함으로써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책 실적은 나쁘지 않은데 홍보가 부족해 국민들이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투의 발언도 틈만 나면 쏟아냈다. 이번에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라거나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한 점도 그 같은 인식의 틀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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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이어진 발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문 대통령 역시 고용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체감”이니 “신뢰”니 하는 발언은 셈 빠른 정치인으로서의 의도적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를 입증해준 것이 40대 일자리에 대한 지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의 질이 좋아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40대와 제조업 고용 부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오류를 솔직히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진 못했지만, 이는 지금의 일자리 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지적한 말이라 할 수 있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인정한 다음에라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온다는 점에서 보면 불행 중 다행이라 할 만하다.

많은 전문가와 매체들이 지적해왔듯이 지금의 누적된 40대 일자리 문제는 우리사회의 안정성을 근간부터 흔들 수 있는 뇌관이다. 매달 발표되는 통계청의 고용동향이 수십만 또는 백 수십만의 취업자 증가폭을 나타낸다 한들 40대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회적 안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40대는 우리 사회의 중추 세력이다. 이들 연령층은 비교적 생산성이 높고 스타트업 등 혁신적 창업을 주도할 수 있는데다 창업시 성공 확률도 가장 높은 그룹으로 평가된다. 40대는 국가 경제의 기본단위인 가계를 주로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는다. 이들은 왕성한 경제활동과 납세를 통해 노인 복지 등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주축 세력이다. 이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개인 차원을 넘어 하나의 가정이 붕괴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 속의 40대 다수는 일자리 불안으로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긴 기간에 걸쳐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실상은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는 고용동향 자료가 발표될 때마다 일자리 증가폭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번엔 몇십만이 늘었다”고 자랑하지만 그 이면엔 번번이 참담한 내용들이 숨겨져 있었다. 올해 들어 크게 확장됐다는 취업자 증가폭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억지춘향식으로 고용을 늘린 결과에 불과했다. 주당 한 시간만 일을 해도 취업자로 분류되는 통계 기준 덕분에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대거 취업자 증가분을 채워준 것이 그 배경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실제로 거리에서 종이박스 수거하기, 공원 지키기, 쓰레기 줍기 등의 일을 하고 손자 과자 값 몇 푼만 벌었어도 ‘수입을 목적으로 주당 한 시간 이상’ 일을 했다면 이들은 여지없이 통계청 고용동향의 취업자로 분류된다. 11월 고용동향 자료의 경우 이런 사람들이 대종을 이룬 60세 이상 일자리 증가폭(전년 동기 대비)은 40만8000명을 나타냈다. 같은 달 전체 취업자 증가폭 33만1000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60세 미만 연령층의 일자리 증가폭은 그 차이 만큼의 마이너스를 기록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감소현상을 보인 연령층이 40대였다. 1년 전과 비교한 올해 11월의 40대 취업자 감소폭은 17만9000명에 이르렀다.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해주는 또 다른 요인은 고용률의 감소다. 11월 40대 취업자 고용률은 78.4%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줄어들었다.

정부는 지금까지 40대 취업자 감소의 이유로 인구 변화를 거론하며 문제를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 40대 인구의 급격한 축소가 해당 연령대 취업자 감소의 주된 이유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그토록 중요성을 강조해온 고용률마저 감소한 것을 보면 인구 변화를 앞세운 정부의 항변이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

취업자 증가폭과 고용률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더 우려되는 부분은 흐름이다. 40대 취업자 감소 현상은 올해 11월까지 39개월째 이어졌다. 40대 취업자는 2016년 8월 1만1000명의 증가폭을 기록한 이후 지난 달까지 내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취업자 증가폭의 마이너스 성장은 2017년 10월 이후부터 30대 연령층에서도 나타나더니 이후 25개월째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30대와 40대 취업자의 동반 감소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40대 취업자 감소는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다. 대체로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이들 연령대의 일자리는 정규직이면서 비교적 높은 임금을 보장받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40대 취업자의 가파른 감소세는 곧 제조업이나 금융업, 서비스업 등 분야에서의 양질의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해답은 여기에 있다. 제조업과 금융업 등의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데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40대 일자리 감소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설비투자 증대를 유도하고, 핀테크 등의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 신규산업 분야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의 추진을 제시할 수 있다. 승차공유 등 공유경제 활성화를 통해 서비스 산업의 영역을 넓혀가도록 유도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위해 필요한 것이 혁신적인 규제 완화다. 지금처럼 국가주의라는 비판을 들을 만큼 퇴행적 규제들을 휘두르며 기업들, 특히 큰 기업과 혁신적 스타트업들을 옥죄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간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할 산업의 발전은 헛된 꿈에 그치게 될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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