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뷰] 한 발짝도 못 나간 한·일 정상간 대화…日, ‘징용공’ 문제 해결 요구
[나이스뷰] 한 발짝도 못 나간 한·일 정상간 대화…日, ‘징용공’ 문제 해결 요구
  • 김기영 기자
  • 승인 2019.12.2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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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개월 만에 만나 양국 간 갈등 해소를 시도했으나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핵심 현안인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 발짝도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성과가 있다면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와 양 정상의 의지를 확인했고, 대화를 통해 조속한 시일 안에 갈등이 해소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는 것 정도다. 냉정히 풀이하자면 의례적인 대화만 나눈 채 손에 잡히는 결실 없이 회담이 끝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국 청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 = 연합뉴스]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저마다 문제 해결 의지를 내보였지만 상대방의 주요 관심사에 대해 기존 입장을 굽히지는 않았다. 한국은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일본은 대한(對韓) 수출규제 사안과 관련해 기존의 스탠스를 유지했다.

다만, 양 정상은 향후 실무 대화로 현안 문제를 풀어가기를 희망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양국이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통보의 조건부 정지와 대화 재개를 동시 발표한 지난달 22일 시점과 비교할 때 실질적으론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음이 확인된 셈이다. 당시 양측은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조건부로 정지하는 대신 일본은 국장급 대화를 재개키로 했다고 동시에 공표했다.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징용과 관련해 양 정상은 입장차를 확인했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입장차 확인이 있었을 뿐 그 간격을 좁히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두 정상이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보듯 실무 접촉을 통한 해법 모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 의지는 먼저 모두발언을 한 아베 신조 총리를 통해 표명됐다. 아베 총리는 “일·한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모두발언을 통해 “솔직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양국이 머리를 맞대 지혜로운 해결 방안을 조속히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두 나라가 중요한 상생번영의 동반자임을 지적하는 한편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역설했다.

이처럼 대화의 중요성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했지만 두 정상은 구체적 사안과 관련해서는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양측은 모두발언 이후 대화 과정에서 징용 문제와 수출규제 해제 사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징용문제 해결책 제시를 요구했으나 문 대통령은 그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해당 문제 해결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를 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수출 규제 사안에 대해서도 입장만 바뀐 채 비슷한 흐름의 대화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요청했지만 아베 총리는 안보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했다는 기존 입장을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관련 판결이 양국 관계에 ‘가시’로 남아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직은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아사히 신문도 징용 문제에 대한 대화가 평행선을 달렸다고 전하면서 단지 두 정상이 외교 당국 간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가 징용과 관련해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이 배상을 위해 현금화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상을 종합하면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 조치의 해제는 없다는 것이 일본 측 입장인 듯 보인다. 일본이 수출 규제의 이유를 두고 때론 안보 문제를, 때론 ‘징용공’(징용 피해자의 일본 측 표현) 문제를 거론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실제로 원하는 것은 징용 피해자 배상 요구의 철회이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속이 보이긴 했지만 일본의 그 같은 속내는 이번 회담을 통해 분명히 확인됐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앞으로 대화가 지속되더라도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고집을 꺾지 않을 경우 한국 역시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만날 수 있다. 명분상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조건부 정지를 무한정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그 조치가 조건부로 이뤄지는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지소미아 종료를 재확인할 경우 한·일 관계는 다시 한 번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동시에 한·미 관계마저 악화될 수 있다. 그런 만큼 한국 정부의 고민도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전에 제시했던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책은 화제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장 입법안’으로 통칭된 이 방안은 일본 기업과 한·일 양국 국민들이 성금을 냄으로써 한국인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