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뷰] 한·일 갈등 해소할 묘안은?…핵심 쟁점은 징용 피해자 배상
[나이스뷰] 한·일 갈등 해소할 묘안은?…핵심 쟁점은 징용 피해자 배상
  • 박건학 기자
  • 승인 2019.12.26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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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이 지난 24일 중국 청두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했지만 구체적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피차 갈등 해소 의지를 확인하고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한 것이 그나마 얻은 성과였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분명히 확인된 사실은 두 나라 간 갈등의 근원이 한국인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라는 것이었다. 일본이 도발적으로 시작한 대한(對韓) 수출 규제도, 그에 맞서 한국이 꺼내들었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통보 카드도 따지고 보면 그 원천은 징용 문제였다. 한국의 대응을 부른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이 같은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간 수출 규제의 이유로 내세웠던 한국의 수입물자 관리 부실 주장이 억지였음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아베 총리의 회견 내용을 전한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문 대통령에게 징용 문제 선결을 요구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그처럼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양국 국교 정상화의 기초가 된 일·한(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 등이 준수되지 않는 한 국가 간 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계기를 한국 측이 만들 것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조기 해결을 도모하겠다”고 답했다고 일본 공영 NHK가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발언은 기존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들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 양국 간에 체결된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에 의해 전쟁 피해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아베 정부는 지난해 10월에 내려진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국제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판결 이후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국가 간 신의를 저버렸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 발언 일부는 청와대 관계자가 우리 기자들에게 밝힌 내용과 부합했다. 예를 들면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해결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점 등이 그에 해당한다. 문 대통령은 또 아베 총리에게 한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중요한 것은 해법을 찾는 일”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징용 문제의 본질을 두고 논쟁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해법 찾기에 지혜를 모으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국의 엇갈린 입장을 아우르면서 징용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소위 ‘문희상 안(案)’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최근 제시한 이 방안은 한·일 양국의 기업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면 그 돈으로 재단을 만든 뒤 징용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문희상 안'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징용 피해자 서한. [사진 = 연합뉴스]
'문희상 안'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징용 피해자의 자필 서한. [사진 = 연합뉴스]

문 대통령 등 청와대가 염두에 두고 있는 방안도 이를 기반으로 삼고 있는 듯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가 “아이디어를 숙성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면서 아이디어를 보다 전향적으로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돈이 다가 아니라는데 있다. 일본의 전범 기업은 물론 청구권협정 이후 현실적으로 이득을 취한 한국 기업들이 스스로 기부금을 내고 여기에 양국 국민이 성금을 보태 기금을 만드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임에 틀림없다.

일본 측에서도 자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부금 모금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이가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다. 그는 최근 일본 기업의 기부 참여를 촉구하면서 일본 정부를 향해서는 그 일에 개입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일본 정부가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다만, 그는 징용 피해자 개인청구권에 응해 위자료를 지불하는 주체는 한국 정부여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기미야 교수의 주장대로라도 일이 진행되려면 몇 가지 중요한 전제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그 첫째이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징용 피해 당사자 및 유족들의 동의를 얻는 일이다. 지급하는 돈의 성격이 법적 책임성이 포함된 배상금인지, 아니면 단순한 ‘위로금’인지도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돈의 성격에 대한 명쾌한 정리 없이 징용 피해자 및 유족들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만큼 절충안을 찾는 것 역시 간단한 일일 수 없다.

‘문희상 안’이 재부상하자 당장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단체인 정의기억연대는 ‘문희상 안’에 대해 “돈으로 피해자 문제를 청산하자는 것에 불과하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반론 또는 사회적 반감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것은 역시 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의 정서다. 따라서 이들의 마음을 얻을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 일을 완수해야 할 시점은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그 시점은 피해자들이 대법원 판결 이행을 위해 일본 전범 기업들의 자산에 대해 현금화 조치를 취하는 순간이다. 문 대통령이 징용 문제의 조기 해결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해법 찾기를 위해 지혜를 모으자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