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재계가 3일 저녁 주최하는 신년 인사회에 또 불참한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매해 초 주최하는 신년 인사회는 재계의 연례행사 중 가장 중요시된다. 이 점을 반영하듯 이 행사는 1962년 스타트를 끊은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왔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국정 운영의 중요한 일부인 경제를 일선에서 이끄는 주요 당사자들의 모임인 만큼 흔쾌히 참석하는 게 관례였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런저런 행사야 늘상 있다지만, 사실 이 행사만큼 중요한 것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일반의 시각으로 보아도 대통령의 재계 신년 인사회 참석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재계 신년 인사회는 대통령과 재계 핵심 인사들이 덕담 교환을 넘어 각종 경제 현안, 특히 기업들의 애로를 논의하는 자리로 활용돼왔다. 동시에 정권이 국정 운영의 철학을 기업들에게 확인시키고 이해시키는 자리로 기능하기도 했다.
그 같은 중요성으로 인해 역대 대통령들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이 행사에 불참하는 일이 없었다. 지금까지 이 행사에 대통령이 불참한 사례는 세 번에 불과하다. 전두환·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시 한 차례씩 불참했다. 하지만 불가피한 사유나 그럴만한 명분에 의한 불참이었다는 점에서 재계도 충분히 양해한 케이스들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는 바람에 이 행사 불참 기록을 남기게 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세 번 연속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행사에 불참하고 있다. 올해엔 전날 열린 정부 합동인사회 참석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
하루 전 대한상의에서 열린 정부 합동인사회는 대통령과 5부 요인, 각 정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 시장 및 도지사, 교육계 인사, 그리고 경제인 등을 망라하는 행사였다. 물론 이 행사엔 4대 기업 총수와 경제 5단체장도 참석했다. 행사 주제어로 ‘변화’를 지정하고 대통령이 방명록 서명을 통해 ‘혁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 행사가 경제계에 따로이 주는 메시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대통령의 재계 신년인사회 참석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제주체들에게 전하는 선명하고도 긍정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참석 자체가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그만큼 관심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구나 지금은 우리 경제가 환란 이후 최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이 아닌가.
만약 이번에 문 대통령이 행사 참석을 결정했다면 시장은 특히 반색했을 것이다. 현 정부가 이전의 진보 정권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유난히 재계, 그 중에서도 재벌·대기업에 적대감을 드러내온 게 사실인 탓이다. 오죽했으며 재벌 등을 포함하는 ‘신오적’이란 말이 등장했을까.
문 대통령은 전날 열린 정부 합동 신년인사회에서 혁신을 강조했다. 그 자리에는 특별한 수제 맥주 키트를 개발한 이 등이 혁신의 상징으로 초대되기도 했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보다 큰 개념의,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하는 혁신의 주체는 역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어야 한다. 어차피 혁신은 소수 엘리트가 주도해 나가야 할 영역이다. 기업들이 큰 개념의 혁신을 이룰 때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도 창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여기며 혁신을 말한다면 모순도 그런 모순이 없다.
대통령의 재계 인사회 불참 이유를 두고는 진작부터 이런저런 분석이 나왔다. 그 중 가장 그럴 듯하게 제기되는 분석은 청와대가 정치적 지지 기반인 노동계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핀다는 것이었다. 청와대와 문 대통령의 속내를 모르니 진짜 이유는 알 길이 없지만 수긍할 만한 분석이다. 이게 아니고는 달리 추론해낼 수 있는 이유가 잡히지 않는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정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정권이 행정은 뒤로 미룬 채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