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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우리 생각엔…] 관행화된 대통령의 재계 신년인사회 불참
[Editorial-우리 생각엔…] 관행화된 대통령의 재계 신년인사회 불참
  • 박해옥
  • 승인 2020.01.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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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재계가 3일 저녁 주최하는 신년 인사회에 또 불참한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매해 초 주최하는 신년 인사회는 재계의 연례행사 중 가장 중요시된다. 이 점을 반영하듯 이 행사는 1962년 스타트를 끊은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왔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국정 운영의 중요한 일부인 경제를 일선에서 이끄는 주요 당사자들의 모임인 만큼 흔쾌히 참석하는 게 관례였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런저런 행사야 늘상 있다지만, 사실 이 행사만큼 중요한 것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일반의 시각으로 보아도 대통령의 재계 신년 인사회 참석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재계 신년 인사회는 대통령과 재계 핵심 인사들이 덕담 교환을 넘어 각종 경제 현안, 특히 기업들의 애로를 논의하는 자리로 활용돼왔다. 동시에 정권이 국정 운영의 철학을 기업들에게 확인시키고 이해시키는 자리로 기능하기도 했다.

그 같은 중요성으로 인해 역대 대통령들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이 행사에 불참하는 일이 없었다. 지금까지 이 행사에 대통령이 불참한 사례는 세 번에 불과하다. 전두환·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시 한 차례씩 불참했다. 하지만 불가피한 사유나 그럴만한 명분에 의한 불참이었다는 점에서 재계도 충분히 양해한 케이스들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는 바람에 이 행사 불참 기록을 남기게 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세 번 연속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행사에 불참하고 있다. 올해엔 전날 열린 정부 합동인사회 참석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

하루 전 대한상의에서 열린 정부 합동인사회는 대통령과 5부 요인, 각 정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 시장 및 도지사, 교육계 인사, 그리고 경제인 등을 망라하는 행사였다. 물론 이 행사엔 4대 기업 총수와 경제 5단체장도 참석했다. 행사 주제어로 ‘변화’를 지정하고 대통령이 방명록 서명을 통해 ‘혁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 행사가 경제계에 따로이 주는 메시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대통령의 재계 신년인사회 참석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제주체들에게 전하는 선명하고도 긍정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참석 자체가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그만큼 관심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구나 지금은 우리 경제가 환란 이후 최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이 아닌가.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만약 이번에 문 대통령이 행사 참석을 결정했다면 시장은 특히 반색했을 것이다. 현 정부가 이전의 진보 정권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유난히 재계, 그 중에서도 재벌·대기업에 적대감을 드러내온 게 사실인 탓이다. 오죽했으며 재벌 등을 포함하는 ‘신오적’이란 말이 등장했을까.

문 대통령은 전날 열린 정부 합동 신년인사회에서 혁신을 강조했다. 그 자리에는 특별한 수제 맥주 키트를 개발한 이 등이 혁신의 상징으로 초대되기도 했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보다 큰 개념의,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하는 혁신의 주체는 역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어야 한다. 어차피 혁신은 소수 엘리트가 주도해 나가야 할 영역이다. 기업들이 큰 개념의 혁신을 이룰 때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도 창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여기며 혁신을 말한다면 모순도 그런 모순이 없다.

대통령의 재계 인사회 불참 이유를 두고는 진작부터 이런저런 분석이 나왔다. 그 중 가장 그럴 듯하게 제기되는 분석은 청와대가 정치적 지지 기반인 노동계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핀다는 것이었다. 청와대와 문 대통령의 속내를 모르니 진짜 이유는 알 길이 없지만 수긍할 만한 분석이다. 이게 아니고는 달리 추론해낼 수 있는 이유가 잡히지 않는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정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정권이 행정은 뒤로 미룬 채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