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우리 생각엔…] 한풀 꺾인 전세가 상승세, 안심할 단계 아니다
[Editorial-우리 생각엔…] 한풀 꺾인 전세가 상승세, 안심할 단계 아니다
  • 박해옥
  • 승인 2020.01.10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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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조치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연초를 맞아 다소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만하다. 지난달 하순 추가대책을 거론하며 으르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전세가 상승세 둔화에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급등세를 보이던 서울 전세 시장은 올해 초를 지나면서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전세가 상승이 두드러졌던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새해 들어 호가가 소폭이나마 내려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동안에만 아파트 전세가가 억 단위로 상승한 사례도 나타났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또 다른 관심지역인 양천구 목동이나 송파구 잠실 등에서도 전세가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아파트 전세가가 한 두 달 사이 2억 가까이 오르기도 했던 목동의 경우 당시 시세가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상승세가 일단 멈춤 상태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위에 언급된 지역들은 대체로 학군 수요가 강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최근의 전세가 급등에 대해 방학 특수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곧 지금의 전세가 숨고르기가 방학 특수 종료에 따른 것임을 의미한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의 서울 일부 지역 전세가 급등이 대입에서 정시모집을 늘리고 자사고와 특목고 상당수를 폐지하려는 정부의 움직임과 연관돼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움직임이 수능의 중요성을 이전보다 커지게 한다는 학부모들의 판단을 굳혀주었다고 볼 수 있다.

전세가 불안을 부추긴 요인은 이밖에도 몇 가지 더 있다. 대표적인 것이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대출 억제다.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요건이 주택 매매를 억제하면서 대신 전세 수요를 늘린 것이 원인이었다.

더구나 그 정도 수준의 아파트 구매를 원하는 40대 그룹은 학군 수요를 높이는 주요 계층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상당수가 강남구 대치동과 목동 등 학원 밀집 지역을 돌아다녔으니 해당 지역 중개업자들 사이에서 방학 특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역시 전세가 급등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 요지의 분양가가 억제됨에 따라 중고주택 구매 의사를 접고 청약 당첨을 노리기 위해 전세로 눌러 사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로또 당첨을 노리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보유세 인상 정책도 서울 관심 지역의 전세 수요를 키우는데 한몫을 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보유세 급증에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그 부담을 전세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대개는 보유세가 오르면 그 부담을 월세에 전가하지만, 이번처럼 보유세 인상이 가파를 경우엔 전세가가 올라가기 쉽다고 말한다. 보증금 전체를 월세로 전환하는 게 힘든 만큼 기존의 전세를 반전세로 전환하면서 목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상의 여러 요인들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이 보유세 인상 부담을 전세가로 전환하는 현상의 일반화다. 이 같은 현상은 향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올라가면서 더욱 뚜렷해질 공산이 크다. 특히 양도소득세 부담 증가로 아파트를 팔기 어려운 집주인들은 전세가를 올리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 쉽다.

전세가를 자극할 요인은 이밖에도 사방에 널려 있다. 양도소득세 비과세와 장기보유 특별공제 요건을 강화한 점도 역풍을 부를 여지를 안고 있다. 아파트 소유주가 이 요건들을 충족할 목적으로 새 아파트에 직접 입주하는 일이 많아질 수 있어서이다.

이뿐이 아니다. 이들 요인 말고도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등판 대기 중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다. 이들 제도의 시행을 뒷받침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소정의 처리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전세 거주자가 재계약을 원하면 한 번 더 그 집에 살도록 보장해주는 제도이고, 전월세 상한제는 전세가 인상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이들 제도는 장기적으로 가격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나 단기적으론 전세가 폭등을 초래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의 완만한 전세가 상승세가 설연휴 이후 봄철을 맞아 다시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려의 배경에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부동산 정책, 특히 전세가 안정화 대책을 지뢰밭길 가듯 조심조심 시행해야 한다. 수없이 보아 왔듯이 임기응변식의 돌발 대응, 감정적 대응은 자칫 화만 키울 수 있다. 정부의 신중한 대응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 대응 방식을 찾아내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은 끼리끼리의 탁상공론이 아니라 시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