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정치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반드시 사달이 나게 되어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정치의 바탕엔 기본적으로 포퓰리즘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특히 현 정부의 포퓰리즘은 정평이 나 있는 상황이다. 부를 기준으로 국민을 10대 90 또는 20대 80 등으로 편가른 뒤 소수층을 무차별 공격함으로써 다수의 박수를 유도하는 것이 현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추진의 주된 방식이다. 이런 극단적 포퓰리즘은 여당이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렇게 할 경우 각종 부작용이 생긴다는 점이다. 경제정책이 시장원리를 거스르게 되고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일면서 자본주의 시장질서가 문란해질 수도 있다. 주거 문제와 관련해서는 재산권 행사가 막힘으로써 거주 이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이 모두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을 담은 우리의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주택매매 허가제 검토 필요성을 거론해 논란을 낳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 = 연합뉴스]
주택매매 허가제 검토 필요성을 거론해 논란을 낳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 = 연합뉴스]

때론 그 정도가 심해 정부 인사의 입에서 사회주의 뺨치는 정책이 거론되는 경우도 있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주택거래 허가제를 운위한 것이 대표적이다. 주택매매시 정부의 허가를 얻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자는 것이 이야기의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는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부 내부에서 그 같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낳게 하는 발언이었다. 따라서 일단 시중의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에서 강 수석이 총대를 멨다는 합리적 의심도 제기될 수 있을 것 같다.

강 수석의 발언이 나오자 야당에서는 “사회주의 하자는 것” “무식하니까 용감하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부자 때리기, 강남 집값 잡기를 위해 무리수를 두려다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역시 편가르기를 통한 포퓰리즘의 한 단면이다.

12·16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오는 20일부터 시행되는 전세대출 규제 방안도 마찬가지다. 9억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이날부터 SGI서울보증으로부터 전세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다. 그간 주택금융공사 등 공기관으로 한정해왔던 대출 규제가 민간기관으로까지 확대 적용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강북이나 수도권 등에서 9억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학군이나 생활 인프라가 좋은 지역에 전세를 얻어 이주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다시피 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특정인들에 대해 거주 이전의 자유를 사실상 억제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전세 자금 대출을 받은 뒤 그 돈으로 집을 매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내 편이 아니면 애먼 피해자가 발생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데 정책의 허점과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이 제도가 몰고올 부작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9억 이상의 강북 아파트를 세주고 강남으로 전세 입주한 사람은 집주인이 계약 기간 갱신 때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하면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럴 경우 해당 세입자는 그 집에 눌러 살기 위해 반전세 등으로 전환한 뒤 상당한 액수의 월세를 매달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 제도 역시 경제에 정치가 개입된 케이스로서 포퓰리즘 색채가 짙게 밴 것이란 지적이 가능하다. 9억원을 기준선으로 삼은 뒤 그 이상의 집을 보유한 사람들에 대해 비합리적이고도 무자비한 규제를 가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특정 계층에 대해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9억 또는 15억 이상의 주택 보유자에 대해 대출을 규제하도록 규정한 12·16대책은 이미 헌법소원 대상이 되어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황 대표는 주택매매 허가제 거론은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사진 =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황 대표는 주택매매 허가제 거론은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사진 = 연합뉴스]

현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60세 이상 고령층에게 알바성 일자리를 대거 제공하는 것도 포퓰리즘 사례란 비판을 살 만하다. 그 같은 방식이 보수적 성향을 지닌 이들의 표심을 자극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는 통계상 고용상황을 개선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되니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일거양득이다. 하지만 이는 주당 1시간만 일을 해도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고령층 단기 일자리 증대 위주의 고용정책은 ‘통계 분식’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통계 분식’으로 인해 올바른 고용정책 수립을 위한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와 청와대는 연일 우리 고용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자랑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올바른 정책 수립 의지가 생겨날리 만무하다.

경제정책에 편가르기식 포퓰리즘이 개입되면 그 나라 경제는 하향 평준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를 이끌어야 할 소수 엘리트들의 혁신의지가 꺾이면서 혁신성장이 불가능해지는 탓이다. 시장경제의 기본질서가 무너지면서 경쟁 의지가 약해진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일정 정도의 불평등 압력을 기반으로 유지된다는 점이 그 이유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불평등 문제는 복지정책 등을 통해 따로 해결하는 것이 정상적 방법이다.

이밖에도 포퓰리즘 정책은 국가 재정을 마구잡이로 쓰는 등의 부작용을 나타내기 십상이다. 유럽의 그리스나 남미의 볼리비아 등에서 나타난 비극은 포퓰리즘 정책의 말로가 얼마나 처참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포퓰리즘은 달콤한 독이다. 당장은 달콤하지만 그 독성은 시차를 두고 천천히 발현되기 마련이다. 독성의 발현 시점은 현세대 때일 수도 있고, 그 다음 세대 때일 수도 있다. 그러니 국민 모두가 두 눈 부릅뜨고 포퓰리즘 정책을 엄중히 경계해야 한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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