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아파트 시장에서 부동산 가격 양극화가 날로 심화되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일수록 그런 현상이 더 심했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 정부의 다발성 부동산 정책에서 초래된 ‘똘똘한 한 채’ 선호 바람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 양극화 현상의 심화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는 최근 20여일 간격을 두고 연이어 발표됐다. 그중 하나가 서울 지역 아파트를 상대로 조사를 실시한 뒤 20일 발표된 ‘직방’의 분석 내용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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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에 따르면 작년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평균치는 상위 10%의 경우 21억3394만원이었다. 해당 아파트군의 매매가 평균이 20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역대 최고가격도 경신됐다.

서울의 상위 10%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도 새롭게 확인됐다. 연간 가격 상승폭은 비율로는 21.5%, 가격으로는 3억7709만원이었다. 이들 아파트의 거래가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그 폭이 3억원을 넘어선 적은 이전엔 없었다.

상위 10% 서울 아파트의 최근 6년간 연도별 가격 추이를 보면 2013년 11억1418만원, 2014년 11억5991만원, 2015년 11억7762만원, 2016년 13억2655만원, 2017년 15억8562만원, 2018년 17억5685만원, 2019년 21억3394만원이었다. 이를 보면 2015년까지 천만 단위로 오르던 서울 고가 아파트 매매가격이 그 이듬해부터 억 단위로 뛰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지난해엔 상승폭이 4억원을 바라볼 만큼 커졌다.

이와 달리 가격 하위 10%의 서울 아파트는 지난해 평균 매매가격이 2억2670만원으로 비교적 낮았다. 이로써 상위 10% 아파트의 평균가격은 하위 10% 평균치의 9.41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위 10분위배율이 9.41이란 의미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10분위배율이 매년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연도별 10분위배율은 2015년 6.92, 2016년 7.02, 2017년 7.61, 2018년 8.19, 지난해 9.41로 집계됐다. 상위 10% 아파트와 하위 10% 아파트 가격 간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이달 초 국민은행이 발표한 전국 단위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자료 역시 이 같은 흐름을 그대로 입증해주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의 5분위배율은 6.83이었다. 사상 최고치는 아니었지만 이는 2011년의 5분위배율 6.9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5분위배율이란 전국의 상위 20% 아파트 가격을 하위 20% 아파트 가격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직방 제공]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하위 20%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억835만원이었고 상위 20% 아파트의 평균가는 7억3957만원이었다. 하위 및 상위 20% 아파트의 전달 평균가격은 각각 1억825만원, 7억1996만원이었다. 최고가 그룹 아파트가 평균 1천961만원 오르는 동안 최하위 그룹 아파트 평균가격은 고작 10만원 올랐음을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부동산 가격 양극화 현상을 두고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이 부른 부작용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요 및 대출 억제와 가격 제한에 역점을 둔 부동산 정책에 소비자들이 소위 ‘똘똘한 한 채’ 전략으로 대응해왔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이는 공급 위주로의 대책 전환을 촉구해온 수많은 주장들이 보다 합리적이었음을 시사해준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강한 압박이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욕구를 크게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공급 축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새 아파트가 품귀 현상을 빚을 것이란 우려, 특목고 폐지 정책에 의해 특정 지역의 학군 수요 증가하리란 전망 등도 아파트가격 양극화를 자극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이런 양극화 현상이 앞으로도 죽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12·16부동산 대책이 워낙 강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12·16대책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일체 금하고 9억~15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9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담보대출 비율을 기존의 절반으로 크게 줄인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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