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이 지난해 연간 및 4분기 성장률(속보치)을 발표하면서 국내총소득(GDI)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일제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내총생산(GDP)이 발표 내용의 핵심이었지만 GDI와 GNI는 소득관련 지표라는 점으로 인해 색다른 관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GDI(Gross Domestic Income)와 GNI(Gross National Income)는 명칭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일단 국민들의 소득 수준을 나타내준다. 차례로 정리하자면, GDI는 실질 GDP에 교역상 발생한 손익을 추가한 개념이다. 즉, 상품의 수출입 가격이 변동할 때 나타나는 손익의 증감이 반영됐다는 뜻이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 [사진 = 연합뉴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 [사진 = 연합뉴스]

이를 토대로 GNI의 개념을 설명할 수 있다. GNI는 위의 GDI에 대외 순수취 요소소득을 합친 개념이다. 여기서 요소소득은 노동이나 토지, 자본 등 생산요소를 제공한 대가로 얻은 소득을 말한다. 근로자의 임금이나 지대, 이자 등이 그에 해당한다. 또 대외 순수취 요소소득이란 자국민이 해외에서 얻은 소득(대외수취 요소소득)에서 국내총생산 중 국내의 외국인에게 지급한 소득(대외지급 요소소득)을 제하고 남은 소득을 의미한다.

결국 GNI는 한 나라의 국민들이 생산활동을 함으로써 얻은 소득의 합계라 할 수 있다. 이를 국민 수대로 나누면 1인당 GNI가 산출된다. 보통 한나라 국민들의 소득수준을 말할 때 가장 흔하게 인용되는 것이 1인당 GNI다.

한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연간 실질 GDI는 전년보다 0.4% 줄었다. 우리 국민 전체가 지난해 열심히 일을 했지만 벌어들인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GDI의 개념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교역상 얻은 이익이 전 같지 못했던 게 주된 원인이었다. 세부 원인은 반도체 같은 우리 주력 수출상품 가격의 하락이었다.

우리나라의 실질 GDI가 0.4%나 감소하기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환란이 한창이던 당해의 실질 GDI는 7%나 감소했다.

한은은 지난해에 1인당 GNI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의 1인당 GNI는 직전 연도의 3만3400달러보다 크게 줄어들어 3만2000달러 선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1인당 GNI를 크게 끌어내린 주요인은 환율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원화 약세로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달러로 환산한 1인당 GNI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한은은 명목 경제성장률과 인구 증가율, 환율 추이 등을 고려해 이 같은 추정치를 제시했다. 대체로 지난해 실질 성장률이 2.0%에 그친데다 명목 성장률은 이보다도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GDP 물가(GDP 디플레이터)가 지난해 3분기까지 연속해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보인 점 등이 감안된 결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마저 2018년보다 5.9%나 올라 1인당 GNI 하락을 부추겼다.

우리나라에서 국민 개개인의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1인당 GNI가 최초로 3만 달러를 넘은 때는 2017년이었다. 그 해 우리의 1인당 GNI는 3만1700달러를 기록했다. 더구나 당시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 이상이어서 소득 3만 달러 돌파와 동시에 ‘3050클럽’ 소속 국가가 됐다. ‘3050클럽’은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이면서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국가를 의미하는 용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일곱 번째 가입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의 달러 환산 1인당 GNI가 마이너스 행진을 하기는 2015년 이후 처음이다. 환율이 큰 영향을 미친다지만 근본적으로는 저성장·저물가가 그 바탕을 이룬다고 보는 게 보다 정확하고 일반적인 진단이다.

소득 관련 지표들이 퇴보한 것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부른 부작용이라는 진단도 제기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책상머리 이론에 불과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깊은 검토 없이 섣불리 적용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에 대한 구체적 수준은 다음달 3일 발표된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