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까지 해야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수가 역대 최고치로 솟아올랐다. 부업은 주업의 상대 개념으로서 대부분 생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여가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주업 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려워 택하는 게 보통이라는 얘기다.

흥미로운 점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에 유난히 신경을 기울인다는 문재인 정부 들어 부업자가 사상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고집스레 밀어붙여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민들, 특히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림으로써 그것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 정책 채택의 기본 취지였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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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든 상황은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의 부업자 관련 통계자료도 그 같은 역행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이론은 문재인 정부가 충분히 입증해 보인 대로 한낱 신기루 같은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이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월평균 부업자 수는 47만3000명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4만여명 늘어났다. 증가율로 치면 9.3%로 9년 만의 최고치다.

증가폭 못지 않게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연도별 흐름이다. 연도별 부업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해 2012년에 45만명까지 치솟았다. 이후엔 위기 여파가 잠잠해진 덕분에 2016년까지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16년 부업자 수는 40만8705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던 흐름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묘하게도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였다.

2017년 부업자 수는 41만9066명으로 늘었고, 그 이후엔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2018년과 2019년의 부업자 수는 각각 43만2964명, 47만3045명이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본격 시행된 뒤부터 오히려 부업자 수가 크게 증가하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나타난 또 하나의 특이현상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부업자의 비중이 급격히 올라갔다는 점, 가구주 부업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는 점 등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에서 부업자가 차지한 비중은 1.74%를 기록했다. 2012년 1.8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구주가 부업에 뛰어든 케이스도 역대 최다 수준으로 치솟았다. 가구주 부업자 수는 지난해에 월평균 31만235명을 기록했다. 이 수가 30만을 넘어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역을 맡기 마련인 가구주이면서 부업 전선에 나선 사람의 숫자 또한 2017년부터 급증했다. 연도별 가구주 부업자는 2015년 28만640명, 2016년 25만2677명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7년부터 상승 전환했다. 그 수는 2017년 26만7625명, 2018년 27만5378명, 2019년 31만235명 등이었다.

가구주들이 부업에 적극 나서면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집계된 부업자 중 가구주가 차지한 비중은 65.6%나 됐다. 이 역시 근래 보기 드문 현상이다. 구체적으론 2008년의 67.1% 기록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 [사진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 [사진 = 연합뉴스]

통계 당국은 취업자 수가 늘어나면 부업자 수도 자연스레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증가 정도가 심해 그 같은 설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취업자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부수 현상이라 하기엔 부업자의 절대수와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대개 부업자는 저소득층에게서 많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노동의 내용이나 질 또한 그리 좋지 못 한 게 엄연한 사실이다.

부업자 증가 현상의 배경엔 경기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경기 부진으로 고용시장이 위축되면서 질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대신 단시간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는 우울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뜻이다.

이는 통계 자료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입증된다. 추 의원실이 분석해 제시한 ‘주업 시간별 부업자 현황’에 의하면 주업 근무시간이 주당 10시간 이하인 부업자 수는 지난해 2만8320명에 달했다. 전년보다 40%나 늘어난 수치다. 주업이 생계를 책임져줄 만큼 안정적 일자리 구실을 못함에 따라 부업 전선에 나서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추 의원실의 자료는 저소득 국민들의 삶이 최근 3년래 얼마나 팍팍하고 고단해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젠 정부가 그 이유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진지한 자세로 대응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둔 정책실험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 경제가 회생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기 전에 속히 정상화의 길로 방향을 틀 필요가 있다. 누차 강조했듯이 정부는 경제정책의 초점을 국가주의식 규제가 아니라 활성화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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