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 증시에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 현재 이 질병의 기세는 공포감을 안겨줄 만큼 강력한 편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7일 0시 현재 중국 및 홍콩·마카오·대만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 환자수가 2744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80명으로 발표됐다.

국내에서도 감염 확진자가 3명 나왔다. 세 번째 확진자는 지난 20일까지 중국 우한에 머물다 입국한 54세 남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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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AP/연합뉴스]

우한 폐렴 환자가 중국 외 지역에서도 다수 발생하면서 질병에 대한 공포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시장은 당분간 이 질병의 확산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을 늦추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지나친 반응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제기되기 시작했다. 질병 확산이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여기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우한 폐렴은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증동호흡기증후군)에 비해 치사율이 낮고 전파 속도도 사스보다 낮다. 우한 폐렴의 치사율은 아직 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스(9.6%)나 메르스(34.5%)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우한 폐렴이 잠복기에도 전파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아직 확증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국제적 관심 고조와 함께 중국 당국이 우한 폐렴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강력 대응에 나선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우한시 전역을 긴급 봉쇄하는 한편 후베이성 내 다른 주요 도시들의 대중교통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또 자금성 등 주요 관광지를 폐쇄하는 등의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우한 폐렴의 확산세가 조만간 주춤해질 것이란 기대를 낳게 하는 움직임들이다.

다만 이 질병의 확산세가 급속히 가속화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확산 정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 내 소매판매와 교통 및 관광 등의 산업이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전염병 창궐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최근 NH투자증권이 제시한 보고서 내용도 참고할 만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가 극성을 부리던 당시보다 한 달 정도 앞선 시점에서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스가 최초로 보고된 2003년 2월14일부터 4개월여 동안 코스피는 10.5%까지 하락한 바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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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우한 폐렴이 창궐하더라도 시장의 펀더멘털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완화 국면에 들어섰고, 주요 기업 실적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우한 사태가 최악의 상황만 면한다면 반도체 등의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흐름을 탈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오는 28~29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눈길을 끄는 이벤트다. 시장은 이번에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금리 변동보다는 연준의 유동성 공급 확대 정책의 변화 여부와 제롬 파월 의장의 경기 및 물가에 대한 인식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동성 공급 정책과 관련해서는 현재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추진중인 재정증권 매입 및 레포 시장 개입에 변화가 있을지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레포’는 시장에 단기 자금을 공급할 목적으로 채권을 일시적으로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미국 증시의 강세는 유동성 확대 정책과 일부 관련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주 후반엔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발표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예상한 미국의 4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2.1%로 직전 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애플과 마이크로 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을 포함한 미국 주요기업들의 실적도 대거 발표된다. 이번 주에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기업 중 130여개가 실적 발표에 나선다.

국내에서도 오는 29일부터 LG생활건강과 네이버, SK하이닉스 등이 줄줄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이번 주 코스피의 예상 등락범위는 NH투자증권 2200∼2290, 하나금융투자 2230∼2280, 케이프투자증권 2240∼231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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