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춘제 연휴 이후 혼란상을 드러내고 있다. 재개장 첫날인 지난 3일엔 상하이종합지수가 직전 영업일(지난달 23일) 종가에 비해 7.72%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4일엔 전날 종가 대비 2% 남짓 하락한 가운데 거래를 시작했고, 이후 낙폭을 더 줄여가더니 전날 하락분을 일부 만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 증시의 특성상 하락세가 수일에 걸쳐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서이다.

중국 증시의 하락세 재개에 대한 우려가 특히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제도상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중국 증시는 우리처럼 주가 변동폭을 제한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소위 가격 제한폭 또는 가격변동 제한폭을 설정해두고 있는 것이다. 가격 제한폭이란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 뒤 일정 정도 이상 또는 이하로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기 위해 정해진 한계선이다.

중국 증시의 경우 이 제한폭을 10%로 정해두고 있다. 각 종목별 제한폭의 한계는 보통 상한가나 하한가라는 용어로 통칭된다. 특정 종목에서 이 같은 제한폭을 벗어나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려 할 경우 자동으로 거래가 중단된다.

전문가들이 지난 3일 상하이종합지수가 7.72% 하락한 것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격 제한폭이 10%인 시장에서 8% 가까이 주가가 떨어졌다는 것은 사실상 주식 가치가 시장 원리에 의해 하락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폭락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지난 3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기업 3700여개 중 3199개 기업의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했다.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거의 최대 한도까지 상장사들의 주가가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더 떨어질 수 있었던 주가를 가격제한 제도가 일정 선에서 저지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중국 증시의 주가지수가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 연이어 떨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보는 결정적 이유다.

참고로 미국이나 유럽의 영국·독일, 아시아의 일본·홍콩·싱가포르 등은 증시에 가격 제한 제도를 두지 않고 있다. 주가의 움직임을 철저히 시장 원리에 맡겨두고 있는 셈이다. 한국거래소도 중국처럼 가격제한폭을 설정해두고 있다. 다만, 그 폭을 점차 키워온 결과 현재 30%를 제한폭으로 설정해두고 있다.

가격 제한폭 설정을 두고는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제도가 갖는 장단점이 공존한다는 얘기다. 찬성론자들은 이 제도가 증시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 유지시켜준다고 말한다. 외부 요인에 의해 주식 시장이 일거에 붕괴되거나 거품이 마구 끼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찬성 논거다.

그러나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자율과 자유경쟁을 중시하는 시장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다. 제도를 통해 주가를 일정 부분 통제함으로써 정확한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가격 제한이 시장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 반대론의 대강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세력이 상한가 굳히기 등을 통해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이 제도가 안고 있는 위험성의 하나로 거론된다.

중국 항저우의 증권사 객장 모습. [사진 = AFP/연합뉴스]
중국 항저우의 증권사 객장 모습. [사진 = AFP/연합뉴스]

대체로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가격 제한 제도를 두지 않고 있다. 이 제도는 개도국 또는 자본주의가 제대로 성숙되지 않은 사회에서 운용되고 있는 게 보통이다. 우리나라도 실질적으로는 이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당장 폐지할 경우 나타날 시장 불안을 우려해 제한폭을 대폭 늘린 채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여기엔 우리 증시가 외풍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도 어느 정도 고려됐다.

중국처럼 가격 제한폭을 좁게 정해두고 있는 나라의 증시에서는 하루 주가 폭락 정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아무리 강한 충격 요인이 있어도 그 강도가 하루 사이에 모두 반영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점이 중국 증시가 미국·일본 등의 증시와 다른 점이다. 그로 인해 중국 증시에서는 외부 충격 요인이 수일에 걸쳐 연일 나타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는 물론 다른 변수가 배제된 상태에서 성립되는 논리다. 대표적 외부 변수로는 지난 3일 중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확대에 나선 것 등이 꼽힌다. 중국 정부는 또 우한 폐렴으로 인한 경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소득세 감면 등 다양한 조치를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의 뉴욕증시 등은 충격 요인을 개장 시간 동안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이는 미국 증시 등에서 ‘블랙 X데이’ 같은 표현이 보다 빈번히 나타나는 이유다. 그러나 이는 그 다음날 증시가 곧바로 반등으로 돌아서도록 탄력성을 부여하는 요인이 되어주기도 한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우한 폐렴으로 인해 소비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1.2%포인트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각 기관의 기존 전망치가 6% 내외였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성장률이 4%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국경제에도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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