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뷰] 작년 경상수지 흑자 600억 달러 미달…주원인은 수출 부진
[나이스뷰] 작년 경상수지 흑자 600억 달러 미달…주원인은 수출 부진
  • 김기영 기자
  • 승인 2020.02.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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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결국 600억 달러 선을 밑돌았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그 정도는 되리라 정부가 장담했던 경상수지 흑자 목표가 달성되지 못한 것이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잠정치)에 나타난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599억7000만 달러 흑자였다. 잠정치인 만큼 아직 확언하기엔 이르지만 당초의 정부 전망치는 물론 최소한의 목표치 달성에도 실패했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019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640억 달러로 전망했었다. 지난해 4월 월간 경상수지가 적자로 집계된 직후에는 ‘계절적 요인’에 의한 현상임을 강조하면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600억 달러를 넘길 것이라 장담했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정부보다 보수적으로 전망치를 제시했었다. 한은 역시 지난해 초까지는 그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600억 달러 이상으로 전망했으나 이후엔 전망치를 570억 달러로 낮춰잡았었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흑자 1000억 달러를 넘기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051억2000만 달러(이하 한은 집계치)였다. 이후 다소 주춤하며 꺾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2018년에도 774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6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 것은 2012년(487억9000만 달러)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다. 다만, 우리의 경상흑자 기조는 지난해까지 22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지난해 우리의 경상수지를 악화시킨 가장 큰 요인은 수출 부진이었다. 지난해 내내 우리의 월간 수출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어어갔다. 지난해 연간 수출 규모는 전년에 비해 10.3%나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5619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의 6262억7000만 달러에 비하면 643억1000만 달러나 줄어든 수치다.

수출 부진은 상품수지를 악화시킨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의 경우 경상수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상품수지 흑자가 전년보다 332억3000만 달러나 줄어들었다. 직전 해에 1100억 달러를 넘겼던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768억6000만 달러로 크게 쪼그라든데 따른 결과였다.

수출 부진은 상당 부분 대외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중국의 지루한 무역갈등으로 대중(對中)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은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국으로서 전체 수출의 4분의 1 정도를 소화해주고 있다. 지난해 우리의 대중 수출은 1362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6.0% 줄어든 것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수출 부진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2018년 1300억 달러에 육박했던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965억9000만 달러로 감소했다. 감소율은 25.4%였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에서 20%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효자 품목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상품수지 외 경상수지 구성요소인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는 모두 전년에 비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서비스수지는 230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에 비하면 적자폭이 90억5000만 달러나 줄어들었다.

이는 여행수지 적자폭이 2018년의 165억7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06억7000만 달러로 크게 줄어든 데 힘입은 것이다. 여행수지 개선의 배경엔 사드 배치로 불거진 중국의 한한령(중국의 한류 규제 조치) 완화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인 입국자 수가 늘어난 것도 여행수지 개선에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본원소득수지도 122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특히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으로 이뤄지는 투자소득수지 흑자가 전년의 두 배 이상(128억4000만 달러)으로 늘어난 것이 본원소득수지 규모를 크게 증가시켜 주었다. 투자소득수지 중에서도 특해 배상소득수지가 전년의 33억2000만 달러 적자에서 지난해 33억1000만 달러 흑자로 전환된 것이 눈에 띄었다.

이전소득수지도 다소 개선됐다. 2018년에 81억5000만 달러였던 적자 규모는 지난해엔 60억60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이전소득수지는 대가 없이 국내외를 오간 돈의 차액을 가리킨다. 정부 간 원조나 해외 기부, 해외 거주 친인척과 주고받은 돈 등이 이전소득수지의 주된 구성요소들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게 아니다. 흑자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경제에 거품이 생긴다. 특히 과도한 상품수지 흑자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보듯 통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지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경상수지 흑자의 극심한 축소는 대외 지불능력과 국가 신인도를 떨어지게 하고, 원자재 수입 능력 또한 저하시키기 마련이다. 1990년대 말 호된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에게는 특히 경상수지 흑자가 갖는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비산유국인 만큼 국제유가 등락에 따라 경상수지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리가 늘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는 경상수지가 더 이상 급격히 악화되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해 나가는 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