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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름이 무엇이든
[호루라기]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름이 무엇이든
  • 최진우 기자
  • 승인 2020.02.11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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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전세계로 번져가고 있는 신종 호흡기 질환의 명칭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저간의 흐름을 보면 논란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식명칭을 당장 확정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신종’인 탓에 정체가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바이러스가 이 질환의 병원(病原)이라는 점이다.

질환의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국내에서 본격화된 계기는 청와대의 권고였다. 지난 달 말경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질환의 명칭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소개하며, 참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일이 있은 뒤부터 상당수의 매체들은 질환명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라 쓰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동하는 중국 베이징 시민들. [사진 = AFP/연합뉴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동하는 중국 베이징 시민들. [사진 = AFP/연합뉴스]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국내 매체들은 ‘우한 폐렴’이란 용어를 주로 쓰고 있다. 서구 외신들도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사실 매체 입장에서 보자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다루기 불편한 이름이다. 우선은 너무 길어 일일이 표기하는 것이 번거롭다. 그렇다고 해서 이름 속에 담긴 메시지가 독자친화적인 것도 아니다. 이미지 파악에 도움이 되는 이름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쳇말로 하자면 독자들에겐 너무나 ‘감이 먼’, 모호하고도 어려운 이름이다.

반면 우한 폐렴은 한 시대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전염병의 속성을 쉽게 상기시켜주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시인이 갈파했듯이 꽃은 ‘꽃’이란 이름을 갖게 되면서부터 각별한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같은 이치로 우한에서 발병한 뒤 인근 아시아 지역을 넘어 전세계로 번져나간 이 질환이 폐렴 증상을 일으킨다는 의미까지를 명료하게 담아내기로는 우한 폐렴만한 이름이 없다.

특히 이 질환 발생과 함께 우리나라가 왜 경제적으로 더 심한 악영향에 시달려야 하는지, 서구 여러 나라들보다도 더 큰 혼란과 소동을 겪어야 하는지도 ‘우한 폐렴’은 쉽고 분명하게 웅변해주고 있다. 시간이 꽤 흘러 이번 사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추후 학술적으로 공식명칭이 정해진 다음에라도 우한 폐렴이란 이름은 일반의 뇌리에 이 질병의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각인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치가 이러니 매체들로서는 표기하기 편한데다 이미지 전달 능력까지 탁월한 이 좋은(?) 이름을 쉽사리 포기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나이스경제>는 이 질환 발병 초기부터 그 명칭을 일관되게 ‘우한 폐렴’으로 표기해왔다.

우한 폐렴이란 이름의 배제를 권고하는 청와대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이 질환의 이름으로 ‘2019-nCoV 급성 호흡기 질환’을 권고하고 있다. 약칭으로 통용되는 이름은 ‘2019-nCoV’이다.

WHO나 우리나라 정부 모두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를 살핀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긴 하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다. 적어도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이웃한 나라로서 다중 관계로 얽힌 중국의 입장을 외교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니 정부의 그 같은 움직임을 굳이 나무랄 이유는 없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다만, 매체의 경우 정부와 입장을 같이할 이유도 없고, 권고를 따랐을 때 누릴 실익도 없으니 구태여 어려운 이름을 수용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독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난해한 학술 용어를 외고 내용을 일부러 학습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매체들이 우한 폐렴 등의 이름을 쓴다고 해서 발병국과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매체들은 지금까지 스페인독감이나 일본뇌염, 웨스트나일병, 라임병, 아프리카돼지열병, 중동호흡기증후군 등등 지역명이 들어간 질환명들을 자연스레 사용해왔다. 공식 학술용어야 어찌 됐든 언론에서는 보다 친숙하고 역사성 등 의미 전달이 용이한 질환명을 표기해온 것이다.

여기에 지역 차별, 나아가 인종차별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워 비난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특정 국가가 억울하다 하소연이라도 할 법한 스페인독감이란 용어조차도 수십년에 걸쳐 거부감 없이 사용돼왔다. 스페인독감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단지 스페인 방송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명명된 뒤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전염병 명칭이 무엇이냐 하는 논쟁은 무의미하고 소모적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명료하게 질병의 내용과 특성을 주지시키면서 방역 대책을 세우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정부든 기관이든 일반에 통용되는 명칭에 대해 정색하고 제동을 걸려고 한다면 그것처럼 무익하고 볼썽사나운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