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달 중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대두됐다. 상황에 따라 최대 0.50%포인트 인하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우리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할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역대 최저 수준인 1.25%에 머물러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데 따른 결과다.

한은 기준금리는 2008년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5% 이상이었던 기준금리는 그 해 말부터 급격히 하락해 이듬해 2월 2.00%를 기록했다.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2012년엔 3.25% 수준을 보였으나 그해 말경부터 또 다시 내리막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우한 폐렴 사태가 일어나기 전만 해도 현행 기준금리 수준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관측을 낳았었다. 세계경기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 경기도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었고, 반도체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세계 및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보다 확대됐다는 것이 직접적 이유 중 하나였다. 특히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온 탓에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점도 세부 이유로 거론됐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우한 폐렴이 가져다준 불확실성은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적지 않게 잠식할 것이란 전망들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는 우한 폐렴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한국은행이 곧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모건 스탠리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뒤 각각의 전망치를 제시했다. 그 첫 번째가 이달 10일을 기점으로 중국내 생산이 빠르게 회복되는 경우다. 이 때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경제의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이 0.15~0.30%포인트 잠식될 것으로 보았다. 한국의 1분기 성장률 잠식분은 0.8~1.1%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중국 내 생산이 우한 폐렴의 영향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점진적으로 재개될 경우로 설정됐다. 이 때 이주 노동자들의 직장 복귀와 그로 인한 물류 정상화가 미뤄질 수 있고 그 결과 1분기의 세계경제 성장률은 0.35~0.50%포인트, 한국경제 성장률은 1.1~1.4%포인트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우한 폐렴이 올해 4월 절정을 이루는 상황이다. 이 경우 중국 내 생산 중단이 장기화되는데 따라 세계적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그 결과 1분기 세계경제 성장률은 0.50~0.75%포인트 잠식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 한국경제의 1분기 성장률 잠식분은 1.4~1.7% 포인트로 예상됐다.

이상을 종합하면 우한 폐렴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올해 1분기 성장률 잠식분은 최소 0.8%포인트, 최대 1.7%포인트가 될 수 있다.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에 대한 분석 기관들의 전망치가 대체로 2%대 초반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우리 경제는 1분기에 거의 제자리걸음을 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3%로 제시한 바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모건 스탠리는 한국경제에 대한 타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은행이 곧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봤다. 금리 인하 시점은 이달 27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가 될 것이라는 게 모건 스탠리의 예상이었다.

모건 스탠리가 예상한 한은의 금리 인하폭은 0.25~0.50%포인트였다. 위에서 설명한 첫 번째 및 두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인하폭은 0.25%포인트에 그치지만 세 번째 시나리오대로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면 그 폭은 0.50%포인트로 확대될 것이란 얘기다.

모건 스탠리는 이 같은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세계경제의 회복 추세가 중단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우한 폐렴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동시에 모건 스탠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비록 여러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이번 금리 인하 전망은 한동안 시장의 특별한 요구나 한은의 신호가 거의 없었던 상태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금리 인하 문제는 최근 들어 우한 폐렴 사태가 악화되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와 함께 조금씩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금리 인하가 보다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올해 예산안 편성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추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금리 인하 역시 겨우 안정을 찾아가는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조심스러운 선택지라 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한은은 우한 폐렴 사태의 전개 상황을 주시하면서 4월 금통위 회의를 금리인하 시점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이 달 27일 이후의 첫 금통위 회의는 오는 4월 9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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