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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뷰] 우한 폐렴의 경제적 충격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들
[나이스뷰] 우한 폐렴의 경제적 충격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들
  • 최진우 기자
  • 승인 2020.02.16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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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코로나19)이 세계 및 중국, 한국 경제에 몰고올 파장의 크기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 한 경제전문지는 미국 월가가 우한 폐렴에서 비롯될 경제적 충격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번 전염병이 5년 전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우리 경제에 더 큰 충격을 가할 것이란 우려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같은 조짐이 이미 경제지표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는 정책 당국자의 분석까지 나왔다.

메르스 사태와 우한 폐렴의 비교 자료는 특히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미국이나 유럽 등이 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주된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달리 우리는 메르스 사태 당시와 지금을 직접 비교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가 발원 지역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켰을 만큼 우리에게 유난히 큰 충격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 시내의 텅 빈 쇼핑몰 모습. [사진 = EPA/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시내의 인적 없는 쇼핑몰 모습. [사진 = EPA/연합뉴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사스와 메르스로 인한 우리나라의 성장률 하락분은 연율 기준으로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였다. 이상의 이유들로 인해 세계 각국과 국제적 기관들이 사스를 주로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는 메르스 사태를 뼈아픈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주된 비교 대상에 대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우한 폐렴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과거의 전염병 창궐 당시보다 크리라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외신이나 국제적 경제관련 기관은 우한 폐렴이 몰고올 파장이 사스 사태 때보다 클 것이란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7년 동안 중국 경제가 무섭게 덩치를 키워온 만큼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게 그 배경이다. 영국의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도를 통해 이 점을 새삼 강조했다.

실제로 전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16%까지 올라갔다. 사스가 유행했던 2003년 당시의 4%에 비하면 비중이 4배로 커졌다. 국내의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우한 폐렴 사태의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이를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이 세계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게 향상돼 10%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2003년 당시 중국의 교역 비중은 5%에 머물러 있었다.

우한 폐렴으로 인해 중국의 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속출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올해 1분기엔 0.4%, 연간으로는 5.5%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영국의 금융기관인 바클레이스와 우리의 현대경제연구원도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비슷하게 제시했다. 바클레이스는 5.4%, 현대경제연구원은 5%대 중후반을 성장률 전망치로 거론했다.

보다 혹독한 전망치도 나왔다. 국제적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올해 중국의 연간 성장률이 우한 폐렴 영향으로 인해 최대 1.2%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일반적인 연간 성장률 전망치에 대비시키면 올해 중국경제가 4%대 후반 성장에 그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의 성장률은 6.1%였다.

중국의 성장 정체는 세계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한 각 기관의 대체적인 전망은 크게는 0.3%포인트까지 제시돼 있다. 일례로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우한 폐렴 탓에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2.8%)보다 낮은 2.5%에 머물 것이라 예상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올해 중국경제 성장률 잠식 전망이 대체로 1분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전염병 사태가 4월 이후까지 장기화된다면 그 파급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국의 성장 정체에서 비롯될 국내 피해에 대한 우려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경제지표를 살펴보니 메르스 사태 당시보다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 올해 우리의 성장률 전망치(2.4%)를 낮출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준금리 인하를 본격 검토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상황을 좀 더 주시해봐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우한 폐렴이 몰고올 경제적 파장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중국 내 산업생산 감소로 인한 세계적 공급사슬의 단절, 중국의 내수 위축, 거기서 파생될 세계교역량 감소 등이 거론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한 폐렴 탓에 중국내 생산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기고, 그로써 세계적 공급사슬이 단절되는 문제에 특히 주목했다. 이와 함께 우한 폐렴이 수량화할 수 없는 리스크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우려하며 거듭 월가의 낙관론을 경계했다.

먹이사슬의 단절 사례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비근한 예로 현대자동차와 일본의 닛산자동차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 조달이 안 되는 바람에 일부 차종 생산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미국의 페이스북은 가상현실용 헤드폰 주문을 철회했고, 일본의 닌텐도는 신제품 출시 연기를 경험했다.

그러나 중국내 공장들이 정상화되는 데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부터 춘절 연휴가 끝나고 공장 가동이 시작됐다지만 예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 아직 근로자들의 방역을 위한 물품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데다, 복귀한 인원 중에서도 감염 위험군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격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공장이 제대로 돌아간다 해도 우한 등처럼 봉쇄된 도시가 많은 탓에 중국 내 유통망 곳곳이 끊어져 있다는 것도 문제다.

거대 시장인 중국 내 소비 둔화도 큰 문제로 남아 있다. 하나금융투자 분석에 의하면 지난 11일 기준 중국 6대 발전소의 하루 석탄 소모량은 37만2000t에 그쳤다. 이는 2017~2019년 일 평균치의 64%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국의 석탄 발전 비중이 70%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중국내 산업생산이 그만큼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방증한다.

민간소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부동산 경기 관련 지표도 매우 부진한 상태에 있다. 지난 10일 기준 중국 30대 도시의 일간 주택거래 면적은 3만1000㎡로 집계됐다. 이는 2017~2019년 평균치(109만1000㎡)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수준이다.

중국의 산업생산 및 소비 감소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나 홍콩, 대만 경제 등에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당장 이들 국가의 대중(對中) 수출 감소가 가시화될 수 있다. 그런 탓에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 2%에도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전망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 달 1~10일 기간 동안 우리나라가 기록한 일 평균 수출액(통관 기준)은 15억3000만 달러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2% 감소한 액수다. 우리나라의 일 평균 수출액은 지난달에 4.8% 증가해 기대를 모았었다. 결국 우한 폐렴 사태가 모처럼 나타난 수출 증가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볼 수 있다.

제반 정황으로 볼 때 우리로서는 보다 보수적인 입장에서 향후 흐름에 대응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당분간 낙관론을 배제한 채 각종 지표를 면밀히 추적하는 일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