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맛을 내는 재료 중엔 과다 섭취 시 몸에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들이 많다. 한 때 길거리 음식으로 빅 히트를 쳐 유명해진 모 인사는 강연을 통해 과거 자신이 만든 길거리 간편식이 설탕과 조미료 범벅이었노라고 고백한 바 있다. 먹고 나면 졸음이 올 정도였다고 했다. 맛은 좋았지만 건강을 우선시한 음식은 아니었음을 뒤늦게 실토한 것이다.

과다 섭취를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는 나트륨만 한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나트륨 역시 음식 맛을 내는 데는 필수적인 성분이다. 하지만 나트륨 과잉 섭취는 우리가 식생활에서 가장 먼저 경계해야 일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나트륨은 현대인들의 건강을 해치는 주적이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심장과 신장에 이상을 초래하고 종국에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 성인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서 불안과 함께 자살 충동까지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나트륨 섭취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이유가 나트륨 함량이 과도한 간편식의 잦은 섭취다.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는 각종 간편식들의 나트륨 과다 함유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면 등 간편식의 나트륨 과다 함유는 상시 현안으로 남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대개 웬만큼 간이 되지 않은 음식은 맛이 없다고 느낀다. 그러다 보니 우리 입맛은 짠 음식에 길들여져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간편식들의 나트륨 함량 문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를 통해 다시 한 번 불거졌다. 18일 식약처가 발표한 가정 간편식에 대한 영양성분 함량 정보가 그것이었다.

이 자료는 식약처가 모 대학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올해 1월 30일까지의 기간 중 시중에서 유통된 간편식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 내용을 담고 있다. 조사 대상 간편식은 온라인은 물론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판매된 볶음밥류와 컵밥류, 죽류 등이었다.

조사 결과 각 제품에 함유된 나트륨 함량은 천차만별이었다.

우리가 흔히 즐기는 볶음밥류 106개 제품에 대해 조사한 결과 다수의 제품군에서 나트륨 함량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제조사들의 제품들이 나트륨 함량 순위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볶음밥류 제품 중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CJ제일제당(주)의 ‘쉐프솔루션 햄야채볶음밥’이었다. 그 다음 순위를 차지한 것은 (주)시아스가 만든 ‘치즈스테이크 볶음밥’이었다. 이들 제품에 함유된 나트륨 양은 각각 1540㎎과 1530㎎이었다. (주)오뚜기의 ‘매콤제육덮밥’은 나트륨 함량이 1510㎎으로 조사돼 이 부문 3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이들 제품 중 100g당 나트륨 함량으로 치면 ‘치즈스테이크 볶음밥’이 612㎎으로 다른 두 제품을 능가했다.

볶음밥 종류 중 나트륨 함량이 가장 낮은 것은 웬떡마을영농조합이 출시한 ‘연잎밥’(269㎎)이었다.

제품군별 나트륨 함량. [그래픽 =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제품군별 나트륨 함량. [그래픽 =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컵밥류에서는 CJ제일제당(주)의 ‘부대찌개 국밥’(1530㎎)과 (주)오뚜기의 ‘의정부식 부대찌개밥’(1480㎎)이 비교적 나트륨 함량이 높은 제품으로 분류됐다. 이 부문에서 나트륨 함량이 가장 낮은 제품은 (주)라이스존이 내놓은 ‘종가집 우리쌀 컵 누룽지’(30㎎)였다.

죽 종류에서는 (주)서울요리원의 ‘사골쇠고기 야채죽’(1310㎎)과 CJ제일제당(주)의 ‘비비고 김치낙지죽’(1250㎎)이 차례로 나트륨 함량 순위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나트륨이 가장 적게 들어간 죽 제품은 (주)오뚜기의 ‘고시히카리 쌀죽’(0㎎)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품군별 나트륨 평균 함량은 볶음밥류 876㎎, 컵밥류 867㎎, 죽류 619㎎ 등이었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2000㎎이다.

식약처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CJ제일제당(주) 관계자는 자사의 해당 볶음밥류와 컵밥류 제품은 지난해 9월부터 단종된 것들이라고 해명했다. 식약처가 단종 후에도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수거해 조사를 실시한 데 따른 결과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사는 일정한 기간 중 유통된 제품을 수거해 실시된 것으로서 일반적 경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가 주는 메시지 중 하나는 국내 유통 간편식들의 나트륨 함량이 대체로 높다는 사실이다. 이밖의 또 하나 중요한 메시지는 나트륨 함량이 제각각이니 간편식을 고를 때 표시 성분을 꼼꼼히 살펴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하나 더 강조하고 싶은 점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식품 제조기업들의 국민건강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적어도 음식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국민건강을 최일선에서 책임진다는 각오와 함께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책임의식을 특별히 간직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구나 K 푸드 열풍을 앞장서서 선도해 나가는 대기업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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