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현 시점이 연초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대체로 그 해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일례로 정부는 2018년 12월까지만 해도 지난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2.7%로 전망했으나, 이후 수차례에 걸쳐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결과는 2.0% 성장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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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점에서 정부(기획재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4%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나란히 올해 우리 경제가 2.3%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KDI는 정부의 정책의지를 반영한 전망치를 내놓는 경향이 있는 만큼, 사실 이 기관들의 전망치에는 약간의 거품이 끼어들 여지가 있다. 정부의 전망치는 말할 것도 없다.

자주 인용되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대체로 후하게 매겨지는 편이다. 이들 기관의 국가별 전망치가 해당 국가로부터 제공받는 자료에 주로 의존한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IMF와 OECD가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2%와 2.3%다.

이들 기관과 달리 시장의 냉정한 판단을 중시하는 국제 신용평가사나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비교적 낮은 전망치를 제시하는 편이다. 이를 입증하듯 이들 기관이 제시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정부나 한은 등의 전망치보다 인색하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는 2.1%였으나 우한 폐렴(코로나19 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리스크 등을 반영해 전망치를 수정했다. 노무라증권과 LG경제연구원은 나란히 1.8%를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제시한 전망치는 1.9%다.

이런 가운데 무디스, 피치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불리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1.6%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전망치는 S&P가 앞서 제시했던 전망치보다 무려 0.5%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이 정도면 우리가 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못지않게, 또는 그 이상으로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많은 기관들은 올해 중국 경제가 기존 전망치 6% 내외보다 낮은 5% 중후반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S&P의 이 전망치는 우리나라 유통기업 이마트의 신용등급 보고서를 통해 제시됐다. S&P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이유 또한 우한 폐렴 사태였다. S&P는 보고서의 주제인 이마트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면서 한국의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함께 제시했다.

이 기관은 우한 폐렴 사태 탓에 한국 내 소비 심리가 약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대형마트 사업이 우한 폐렴으로 인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도 S&P는 우한 폐렴 사태가 한국 기업들의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쳐 생산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도 악영향의 하나로 지적됐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1%대에 그친다면 이는 2009년(0.8%)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2%에 못 미치는 실적이 된다. 우리 경제는 2010년대 중반 이후에도 성장세가 약해지긴 했지만 2% 후반대와 3% 초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2017년을 지나면서부터 성장률 그래프가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연도별 성장률은 차례로 3.2%, 2.8%, 2.9%, 3.2%, 2.7%, 2.0% 등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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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근래 들어 성장 둔화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2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는 미국·중국 간 무역갈등과 지금의 우한 폐렴 사태가 연이어 중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고,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그 영향을 받은 것이 결정타였다.

하지만 대외 악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수출 외에 내수마저 침체됐다는 점에서 스스로 되돌아볼 부분도 적지 않다. 소비와 투자로 대변되는 내수는 물론 산업생산, 민간 고용 등이 급격히 부진해진 데는 정책적 오류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주 52시간제의 강행 등으로 기업 부담을 급격히 가중시킨 일이다. 재정 의존도를 높이면서 증세 정책을 강행한 점도 기업의 한국 탈출과 소비 위축을 자극했다.

정부가 재정에 의존해 주도적으로 성장을 이끌다 보니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낮아진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의하면 지난해 성장률에 대한 부문별 기여도에서 민간이 차지한 몫은 0.5%포인트에 불과했다. 전체 2.0% 중 1.5%포인트를 정부 부문이 감당해낸 것이다. 사실상 정부주도 성장, 다시 말해 세금주도 성장이란 평가를 가능케 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 등 사회구조적 요인이 가세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한 점도 성장 둔화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우리 성장엔진의 출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OECD 국가들의 2001~2019년 GDP 성장률 통계를 분석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한국의 성장률 하락폭이 다섯 번째로 크다고 밝혔다. 2001~2005년 평균치와 2016~2019년 평균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성장률 하락폭이 2.1%포인트에 이른다며 밝힌 내용이었다.

연구원은 이 같은 하락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23개 OECD 회원국 중 가장 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또한 위 비교 기간 중 4.7%(2001~2005년)에서 3.0%(2016~2019년)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8번째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우리가 성장률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자명해진다. 외부 환경 변화야 어쩔 수 없다지만 성장 둔화의 또 다른 원인인 정책 오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그 첫 번째다. 즉,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활력과 내수를 자극해 민간이 성장을 주도하도록 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생산가능인구를 최대한 늘리고 자본의 효율적 이용을 늘림으로써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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