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일자리 감소 문제가 우리 사회의 현안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체로 상황이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마땅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조차 현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는 듯 여겨진다. 오히려 통계의 유리한 부분만 부각시키며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말로 40대 고용 문제를 덮으려는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

통계청이 2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11일에도 그 같은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린 글을 통해 “2월에도 취업자수, 고용률, 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의 개선 흐름이 지속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통계청 발표 자료를 정부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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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발표된 2월 고용동향은 여전히 우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표면상으로는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9만2000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홍 부총리가 취업 상황을 자화자찬한 가장 핵심적이고도 기본적인 근거 자료라 할 수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폭이 40만명대를 기록하기는 이달로 벌써 석달째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의 취업자 증가폭은 각각 51만6000명, 56만8000명이었다. 수치 자체만 놓고 보면 우리보다 경기가 훨씬 좋다는 미국의 고용 상황도 능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허상에 불과하다. 허상을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은 정부 재정을 통해 늘어난 알바성 고령자 일자리의 인위적 증가다. 조사 기간 중 주당 1시간일지라도 ‘수입을 위해’ 일을 했다면 그 사람은 현행 통계 기준상 취업자로 분류된다.

실제로 이번 통계청 발표 자료를 조금만 신경을 기울여 들여다본다면 누구나 금세 실망을 느끼게 된다. 전에도 자주 지적받았듯이 늘어난 취업자 대부분은 60세 이상 고령자들이었다. 이번 발표에서 드러난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은 57만명이었다. 전체 증가폭이 49만 남짓인데 60세 이상 연령대에서 57만이 늘었다면 60세 미만 연령층에서는 취업자수가 전년 동기보다 8만명 정도 줄었다는 얘기가 된다.

60세 미만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부분은 이번에도 40대 고용 상황이었다. 2월 현재 40대 취업자수는 642만6000명이었다. 1년 전 같은 시점에 비해 줄어든 숫자가 10만4000명이나 된다.

홍 부총리를 포함해 정부가 특히 강조하는 고용률 면에서도 40대 고용 현황은 참담하다. 정부는 고용부진 현상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때면 단순히 취업자 증감만을 따질 게 아니라 고용률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을 펴곤 했다. 그러나 그 같은 논리를 수용하더라도 40대 고용 상황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2월의 전체 고용률은 전년 동기보다 0.6%포인트 증가한 60.0%로 개선됐다. 그러나 같은 시점의 40대 고용률은 1년 전의 78.3%보다 0.5%포인트 떨어진 77.8%를 기록했다. 2월 기준으로 40대 고용률이 78% 아래로 떨어지기는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연령대별로 나누어 따졌을 때 40대는 가장 왕성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사회의 중추이면서 개인적으로는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느 사회에서나 이들의 고용률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을 수밖에 없다. 40대 고용 상황 개선은 사회 안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대 고용 부진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올해 2월 상황은 더욱 그렇다. 정부는 인구 구조 변화를 강조하지만 이를 반영해 따져보아도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40대 연령층의 인구 감소분보다 해당 연령대 취업자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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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2월 40대 인구는 825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6000명 감소했다. 연령대별 감소로 치면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40대 취업자 감소폭은 10만4000명에 이르렀다. 이는 40대 취업자의 대거 감소가 단순히 인구 구조변화에 의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40대 고용 한파를 보여주는 자료는 또 하나 있다. 이날 통계청 발표 내용에 포함돼 있는 ‘쉬었음’ 인구 동향이 그것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조사된 40대 인구가 26만1000명이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무려 30.6%(+6만1000명)나 된다. 연령대별로 분류했을 때 가장 높은 비율이다. 40대 다음으로 ‘쉬었음’ 인구가 크게 증가한 연령대는 20대로 그 증가율은 14.7%로 집계됐다.

‘쉬었음’은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중대한 질병이나 부득이한 사정(육아, 학업 등)을 지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를 지칭한다. 그냥 놀고 있는 ‘백수’를 의미한다. 명예퇴직이나 해고 등으로 직장을 잃은 뒤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금융권이나 일반 회사 대기업 등에서 과장급 이상 사원들을 상대로 인력감축을 할 때 본의 아니게 직장에서 나온 이들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되는 개념이다.

실상이 이러니 지금 우리의 고용 상황이 좋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허상까지를 액면 그대로 인정한다 할지라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고령자 단기 알바성 일자리 양산으로 표면적 고용 상황은 좋아졌지만, 40대 고용 한파가 심화되는 등 고용의 질은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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