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이번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먼저 움직였다. 움직임 또한 전격적이었다. 당초 예상됐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일정보다 이틀 빠르게 긴급조치를 통해 기준금리를 1.0%포인트나 추가로 낮추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연준은 일요일인 15일(이하 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00~0.25%로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에서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연준은 이와 함께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7000억 달러(약 851조4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금리 인하와 별개로 시중 유동성을 늘리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기축통화국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달러를 더 찍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UPI/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UPI/연합뉴스]

연준의 이번 조치는 시점은 물론 금리 인하폭이나 자산매입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전격적이라 할 만큼 과감한 것이었다. 우선 금리인하 규모부터가 그렇다. 연준은 지난 3일 긴급히 임시 FOMC 회의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춘 바 있다. 이를 종합하면 연준은 불과 2주 사이에 기준금리를 1.5%포인트나 낮춘 것이 된다.

연준의 조치는 일본 및 한국의 중앙은행을 자극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중앙은행은 당초 18~19일로 예정됐던 통화정책 회의 일정을 앞당겨 금융완화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도 비슷한 상황을 맞이했다. 17일 또는 18일쯤 열릴 것으로 전망됐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일정을 앞당겨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다면 우리나라도 비로소 0%대(0.75%) 금리시대를 새로 열게 된다.

미국 연준의 이번 조치는 우한 폐렴(코로나19)의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 속에 취해졌다. 세계인의 축제인 하계올림픽 개최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고, 미국이 유럽발 여행객들의 미국 입국을 대대적으로 제한하는 등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비상한 처방을 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연준의 이번 조치는 지난 3일의 긴급 처방전 발표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혼조세를 보이자 보다 확실한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기 위해 취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의 조치는 주요국들의 공조는 물론 세계 각국의 기준금리를 줄줄이 내리게 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시장이 연준의 이번 메시지를 중의적으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과감한 조치는 일면 긍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향후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확인시켜주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미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 등은 현행 감염병 사태가 세계경제에 미칠 충격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그것과 맞먹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에서 혼조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6일 오전 개장 직후 국내 증시에서 나타난 혼조세 역시 그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당분간 우한 폐렴 사태의 전개 상황 및 그에 대응하려는 세계 각국의 대응전략에 따라 혼조세를 거듭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결국 관건은 감염병 사태가 얼마나 이른 시일 안에 종식되느냐 여부다.

여기에 더해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로서 함께 눈여겨보아야 할 변수는 국제유가 흐름이다. 국제유가의 급속한 하락은 세계 증시 등 금융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략 비축유를 대량 매입하라고 자국 에너지 당국에 지시한 것은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지시는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업체 등 에너지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국제유가 폭락을 막는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한편 미 연준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조치로 인해 한국은행이 임시 금통위 회의를 조기 개최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17~18일 중 임시 금통위 회의를 개최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연준의 이번 조치가 나온 직후 그 일정이 보다 앞당겨 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인하폭은 0.5%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지만 일단 0.25%포인트를 낮춘 뒤 사태를 관망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갈 곳을 못 찾고 있을 뿐 시중 유동자금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은데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