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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뷰] 0%대 기준금리도 별무효과…추가 대책 두고 설왕설래
[나이스뷰] 0%대 기준금리도 별무효과…추가 대책 두고 설왕설래
  • 최진우 기자
  • 승인 2020.03.17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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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한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 0%대로 끌어내렸지만 자본시장에서는 별다른 약발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은 긴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크게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일본과 한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증시 개장 직전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1%포인트나 내리며 사실상 제로금리(0.00~0.25%)를 실현한 것이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대폭 인하는 이례적으로 현지시간 일요일에 단행됐다. 인하폭은 물론 시점 상으로도 전격적인 조치였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별도의 양적완화 방침도 내놓았다. 우리나라 예산의 두 배에 육박하는 7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계획이 그것이었다. 금리 인하를 통해 기업과 개인의 차입 비용을 줄여주는 한편 직접적인 방법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이다.

미국의 화끈한 조치는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한국은행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다. 그 결과 한은은 16일 긴급 금통위 회의를 소집한 뒤 ‘빅컷’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결정으로 한은 기준금리는 기존치보다 0.5%포인트 낮은 0.75%를 기록하게 됐다.

한은 기준금리 0.75%는 우리가 한 번도 시행해본 적이 없는 0%대 금리다. 게다가 그간 시장에서 거론돼온 실효하한선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기준금리 실효하한이란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해 별다른 부작용 없이 통화정책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하한선을 지칭한다.

결국 기준금리 실효하한이 0.75%라 함은 향후 한은이 더 이상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은 이주열 총재가 금리인하 직후 기자들에게 밝혔듯이 기준금리 실효하한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지금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시점인 만큼 한은 기준금리 실효하한은 0.75%보다 더 낮아졌다고 추정할 여지가 있다.

그 수준이 어느 선이든 한은이 실효하한 아래로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당장 외국자본 유출 러시의 위험성이 커진다. 이는 한국처럼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요소다.

결국 한은의 이번 조치는 통화정책 운용의 제한폭 범위 안에서 주어진 최대한의 재량을 발휘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물론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현실 여건상 일정 정도 설득력을 지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증시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한은의 완화정책 발표 직후 열린 17일 증시의 분위기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코스피의 경우 지수의 큰 폭 상승은 고사하고 혼조세를 연출하다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는 다시 한 번 비명이 터질 정도의 주요지수 하락 장세가 재현됐다. 미국 증시의 영향도 일부 있었겠지만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은 한은의 완화정책이 경기 부양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마감 시점 대비 42.42포인트(2.47%) 하락해 1672.44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22포인트(2.03%) 올라 마감 시점에 514.73을 기록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시장의 반응은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이 자금 조달의 숨통을 일시적으로 터줄 수는 있으나 감염병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세계 각국과 한국의 중앙은행이 연이어 내놓은 통화정책이 우한 폐렴(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과 충격 강도를 새삼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급 조치들이 요구될 만큼 상황이 나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해주었다는 의미다.

17일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행하고 있다.
17일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 한은이 취할 수 있는 다음 수순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개 한은이 다음에 취할 수 있는 조치로 양적완화를 꼽고 있다. 이는 한은이 “유동성 관리를 위해” 공개시장운영 대상 증권에 은행채를 추가할 뜻을 밝힌 것과 연관돼 있다. 이전과 달리 한은이 국공채 외에 은행발행 채권이나 산업금융채권 등을 매입 대상에 넣음으로써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 방법이긴 하지만 폭락 장세가 거듭될 경우 증시 개장 시간 또는 주가 등락폭을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될 수도 있다. 주가 등락폭 조정은 현재 30%로 제한된 등락폭을 한시적으로나마 과거처럼 15% 또는 그 이하로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같은 방안은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증시 선진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논란을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우선은 증시안정 펀드 등의 조성 방안이 논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역시 아직 남아 있는 카드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주열 총재가 “기준금리 실효하한은 고정된 게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그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이 총재는 또 “모든 수단을 다 망라해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도 미국의 제로금리 결정은 우리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을 일정 정도 내려주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게 맞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인한 자본유출 가능성도 이전보다는 줄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우한 폐렴의 팬데믹 현상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감염병 사태의 조기 종식이란 얘기다. 시중 유동성을 아무리 늘린다 한들 국가 간, 사회 간 단절은 돈의 흐름마저 막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이 감염병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