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일이 다가오면서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주총 날짜는 오는 25일이다.

주총과 맞물려 논란을 부채질하는 직접적 요소는 조만간 있을 서울행정법원 재판이다. 이 재판에서 법원은 손 회장이 제기한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가처분신청은 이 징계의 효력을 정지시키려는 목적으로 이뤄졌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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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은 또 징계처분이 잘못됐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은 이 본안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징계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출됐다고 볼 수 있다. 전례로 보면 해당 행정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종 결과는 빨라야 2년 정도 뒤에나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손 회장의 1차 목표는 우선 법원으로부터 가처분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받아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야만 곧 있을 주총에서 연임에 도전할 기회를 누리게 된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면 주총에 제출된 손 회장의 이사 연임 안건은 자동 폐기된다. 금감원의 ‘문책 경고’ 효력이 작동함에 따라 향후 3년 동안은 금융기관 임원으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린 원인은 금융권에 큰 잡음을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최고경영자로서 막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금감원은 DLF 판매 관련 검사의견서에서 손 회장을 ‘감독 책임자’로 적시했다. 불완전판매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손 회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손 회장은 금융기관 내부 시스템 및 통제의 부실을 이유로 최고경영자를 징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것이 손 회장의 입장인 듯하다.

손 회장의 법적 대응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다툼의 소재가 심심찮게 논쟁거리가 되곤 하는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소송전은 금융사가 추상 같은 금융 당국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벌이는 듯한 모양새가 되는 만큼 처음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손 회장에 대한 재판 결과는 나란히 금감원 징계를 받은 하나금융 함영주 부회장의 향후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드러나는 목소리로 치면 일단 손 회장이 수세적 입장에 있는 듯 보인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손 회장의 지금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는 크지 않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고 경영자가 창구 직원의 행위 하나하나를 관리·감독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내부 통제 미비를 이유로 경영진을 중징계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지 등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관행을 이유로 들며 징계가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우리은행 노조까지도 손 회장의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 사기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논란의 본질에서는 다소 비켜나 있는 주제다.

금융권 밖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외부의 우려는 관행의 타당성 여부가 아니라 불완전판매 행위의 법적 대표성에 대한 논쟁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금융 당국의 경영진 중징계가 시장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진보정권의 논리를 앞세우다 보니 시장친화적 방향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 당국의 입장은 확고한 듯 보인다. 공공성이 강한 금융의 특성을 들어 잘못된 관행은 타협의 여지를 두지 말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가치라는 의중도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수의 금융소비자들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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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행정법원 재판이 임박해오자 손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한층 빈번히 나오기 시작했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18일 성명을 통해 손 회장의 실적지상주의가 금융사를 ‘카지노’ 판으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는 손 회장의 연임 시도를 두고 “피해 고객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수일 앞서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대책위원회는 재판이 열릴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 회장의 연임 시도를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가처분신청 기각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때맞춰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손 회장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권고안으로 제시했다.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를 앞두고 내놓은 ‘의안 분석’을 통해서였다. 연임 반대 이유는 ‘제재 리스크’였다. 굳이 해석하자면 손 회장 연임이 성공하더라도 우리금융은 CEO 리스크를 안고 갈 위험성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캐나다연금(CPPIB)과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BCI), 온타리오 교직원연금(OTPP) 등 해외연기금들도 잇따라 손 회장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미리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은 3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는 17% 남짓을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예보)다. 예보는 주지하다시피 금융위원회 산하 기구다. 국민연금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7.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이후 주식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꾸어 눈길을 끌었다.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한다는 개념을 지닌 법적 용어다.

손 회장 소송전과 관련해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우리금융 측은 시종일관 회사와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관 징계가 아닌 손 회장 개인에 대한 징계와 관련된 소송전이라서 회사가 관여할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외부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금융 측의 그 같은 행태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최고 경영자와 기업이 별개의 존재일 수 없을 뿐더러 주요 주주들조차 CEO 리스크를 우려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금융은 오너십이 확고히 정립되지 못해 언제든 지배주주가 바뀔 수 있는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측이 손 회장을 집단 호위하려는 듯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황당한 피해자를 양산한 불완전판매 사태를 생생히 지켜본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특히 그렇다.

이에 대한 의문은 손 회장에 대한 법적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든 두고두고 이어지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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