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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우리 생각엔…] 위력 보여준 한·미 통화스와프…일본과도 되살려야
[Editorial-우리 생각엔…] 위력 보여준 한·미 통화스와프…일본과도 되살려야
  • 박해옥
  • 승인 2020.03.20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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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의 증시가 비로소 혼란을 수습할 기미를 보였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던 원/달러 환율의 안정세 회복 징후다. 요즘 우리 증시는 환율 불안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에 속수무책으로 폭락장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일엔 미국 증시가 반등한데 이어 한국 증시도 기타 아시아 주요국 증시와 함께 모처럼 회복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간 백약이 무효라는 듯 내리막길을 달리던 한국 증시에서는 이날 오전 한때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까지 했다. 코스피200 선물(최근월물)이 전일 종가에 비해 5% 이상 오른 상태가 5분 동안 지속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선물가격 상승으로 인해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는 8년여만에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08.51포인트(7.44%) 높은 1566.15로 마감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외환시장에서도 안도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전날 종가보다 39.2원 내린 1246.5원을 찍은 가운데 거래가 마감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이어 우리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내리며 유동성 공급에 발벗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내리막 장세를 이어가던 국내 증시에서 모처럼 긍정적 분위기가 나타나게 해준 것은 한·미 통화스와프 관련 소식이었다. 전날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 결정적 동인이었다.

물론 정부가 전날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5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도 어느 정도 효과를 발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 및 증권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도 증시 안정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증시에서 투자자들을 움직이게 한 주된 동인은 역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예고였다고 보는 게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최근 우리 증시는 1500선 아래로 폭락하면서 11년 전으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3년 전으로 후퇴한 것을 생각하면 우리 증시가 받은 우한 폐렴 팬데믹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컸음을 알 수 있다. 요 며칠 사이엔 코스피 지수가 1400선을 깨고 더 아래로 곤두박질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휘돌기도 했다.

우리 증시를 뒤흔든 가장 큰 원인은 환율 불안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주식시장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들이 서둘러 투자금을 회수해 달러로 환전한 것이 최대 악재였다. 주가가 폭락하는 와중이니 시중 유동성을 늘린들 약발이 먹힐 리 없었다. 따라서 속히 외환시장부터 안정시키는 것이 증시 분위기를 되살릴 최고 해법이란 평가가 진작부터 제기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고, 시장은 곧바로 안정세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밝힌 바에 따르면 한·미 두 나라 중앙은행은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기로 약속했다. 계약기간은 일단 6개월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서 작성 이후 6개월 동안 우리가 필요로 할 경우 언제든 미국으로부터 약속된 금액 범위 안에서 달러화를 가져다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자국 통화를 상대방에게 맡기고 그 대신 그만큼의 상대국 통화를 빌려다 쓸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 곧 통화스와프 계약이다. 그래서 흔히 통화스와프 계약은 마이너스통장 확보에 비유되곤 한다.

우리의 경우 현재 4000억 달러 남짓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지만 위기가 닥치면 이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산 유형이 다양해 전체가 즉시 현금으로 동원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동원 가능하다 하더라도 결코 충분한 규모라고는 할 수 없다. 우리의 연간 교역규모가 1조 달러를 넘는다는 사실 하나만 감안하더라도 대외결제 능력이 완벽하다고 보긴 어려운 수준이다.

19일 열린 청와대 비상경제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9일 열린 청와대 비상경제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선진국들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이 부분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겨우 미국과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을 뿐이다. 더구나 한·미 통화스와프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과도 밀접한 전세계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려는 과정에서 여럿중 하나로 성사된 측면이 있다. 한은 나름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우리로서는 어부지리를 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미국은 이번에 한국 외에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멕시코, 브라질,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달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연준이 또 한 번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통화스와프 계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한건도 성사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외환 위기가 닥쳐오면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이 달러나 엔화, 유로화 등 기축통화임을 생각하면 이는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중대한 결함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시도해야 할 일은 일본 및 유럽연합(EU)과 통화스와프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이들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다면 한국의 자본시장에 대한 대외 신뢰도는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이 일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역량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정부 및 한은이 외교 및 대외 교섭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